「만남과 나눔」의 장소 『신상』동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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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상회가 정식으로 발족한 것은 68년9월 동인지 「신상」(계간)을 창간하면서부터다. 처음에는 11명의 뜻이 맞는 여성들이 모여 주변의 문제를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하는데서 시작되었던 모임이 그들의 의사 발표를 겸한 스스로의 발전의 터전으로 동인지를 마련하게된 것이다.
신상 동인들은 모두 전공이 다른 대학 교수, 평론가, 시인, 화가, 언론인, 가정 주부 등 여러 분야에서 종사하는 40세 전후의 전문직 여성들로 현재 회원은 모두 14명.
신상은 처음에는 여성·가정·교육·인간 문제에 관해 서로의 의견을 발표하는 친목 모임이었다. 매달 한번씩 모임을 갖던 중 토론으로만 그치지 말고 의견을 모아 발표하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신상의 모토로 「만남과 나눔」을 내걸고 동인지 창간 반년 전부터 매달 회비를 거두고 외부 인사에게 글을 청탁하는 등 창간을 서둘렀다. 창간에 앞서 클럽과 동인지의 이름이 투표에 의해 「신상」으로 결정되었다.
동인 이남덕 교수(이대·국문학)는 『여성의 상이 그전과는 달라져야 하겠기에』새로운 상이라 이름지었다고 밝힌다. 과거와 같은 안이한 인생관으로는 살아나갈 수 없음을 깨닫고 그 안타까움을 「신상」에 기록하자는 의도에서였다. 이리하여 「신상」은 곧 『성숙한 인상이며 동시에 내일의 비상을 위한 꿈』으로 동인들 마음속에 부각되어 왔다.
68년 가을호로 시작하여 계간으로 발간되고 있는 「신상」은 70년 여름호로 제8권을 내었다. 그 동안 「신상」에는 특집 논단을 비롯하여 문학 비평, 시, 소설, 수필 등이 실려왔는데 특히 논단에서는 종교·교육·여성의 직업·결혼·번역 문학 등을 주제로 동인과 외부 인사의 전문적인 논문을 실어왔다.
「신상」은 한권에 1백50원씩에 판매되기도 하지만 그 동안의 동인들의 의도는 판매보다는 친지들에게 권해서 독자를 구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신상 회원들은 동인지 발간의 모든 경비가 순전히 회원들의 회비와, 적은 부수이지만 책을 판돈만으로 충당되고 있다는데 긍지를 느끼고 있다.
동인 이효재 교수(이대·사회학)는 그 동안 「신상」의 내용이 좀 어렵다는 평이 있어 『앞으로는 독자가 읽고 즐기는 내용을 마련하기 위해 논단은 1, 2편 정도로 줄이고 동인들과 외부 인사들의 수필을 많이 실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식층 주부들이면 누구에게나 기고하도록 길을 열어 그들의 잠재 능력 개발의 기회가 돼주며 젊은이들에게 적은 지식이나마 전해주고 싶다』는 희망도 갖고 있다.
동인들은 「신상」을 창간하고 지금껏 계속해 왔다는 즐거움에 차 있으면서도 신상이 많은 뜻 맞는 여성들의 만남과 나눔의 장소로 확대되도록 계속 노력하고 있다.<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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