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용서 군사용까지 다양 … 인간 능력 따라잡기엔 아직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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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로봇의 뿌리는 두 갈래다. 기원전 4세기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된 자동화 기술과 ‘인간을 닮은 존재’에 대한 문화적 열망이다.

 자동화 기술은 증기기관 속도조절기, 전자동 전화교환기를 걸쳐 1961년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 처음 설치한 유압식 자동기계팔로 이어졌다. 이 팔의 개발자 조셉 엥겔버거는 ‘현대 로봇공학의 아버지’로 불린다. 오늘날 로봇의 외연은 더 넓어졌다. 수술실에서 쓰이는 로봇팔(다빈치)에서 가정용 로봇청소기(룸바)는 물론 전자회로를 조립하는 표면실장기, 군사용 무인항공기(드론)도 종종 로봇이라고 불린다. 국제표준기구가 산업용 로봇을 따로 정의(ISO8373)하고, 한국 등 몇몇 국가가 지능형·자율형 로봇을 구분한 법제를 마련할 정도다.

 ‘기계 인간’에 대한 열망은 예술 작품들에서 뚜렷하게 제시된 이후, 만화·영화 속에 투영됐다. 로봇이란 용어 자체가 1921년 초연된 체코의 카렐 차펙의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서 처음 등장했다. 덕분에 27년 프리츠 랑이 감독한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한 기계인간 마리아도 ‘로봇’으로 기억된다. 이런 작품 속 로봇은 대부분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는 자율형 로봇이다. 89년 발표된 한국 SF만화의 걸작, 김준범의 ‘기계전사 109’도 그 맥을 이었다. 반면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사람이 타서 조종하는 탑승형 로봇도 적지 않게 등장했다. ‘마징가Z’ ‘기동전사 건담’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KAIST의 휴보와 일본 혼다의 아시모 같은 휴머노이드는 이 같은 자동화 기술과 문화적 열망이 결합돼 만들어진 결과물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제한적이다. 로봇이 인간을 흉내 내려 하면 할수록, 인간의 유연한 판단·대처 능력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한계가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인간을 흔히 도구를 만들고 그 도구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규정하는 존재(Homo Faber, 도구적 인간)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자신과 같은 기계를 꿈꿔온 인간은 로봇공학을 통해 새삼 그 자신이 얼마나 복잡한 존재인지 깨닫고 있다. 로봇은 인간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관수 객원기자·동국대 교양교육원(과학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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