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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주차 빌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도시의 과밀화에서 빚어진 자동차 홍수는 「주차 시설의 확보」라는 새로운 문제를 몰고 왔고 그 해결 방법의 하나로 주차 빌딩이 등장했다. 도심지를 빽빽이 메운 빌딩의 숲 속에서 주차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
미국에서는 극장 구경을 갈 때 입장료보다 주차료가 더 비싸다고 한다. 우리 나라는 아직 이런 정도까지는 안됐지만, 「마이·카」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인구가 5백만명을 돌파한 서울의 경우, 주차장 확보가 시급한 대책을 요구하는 과제의 하나로 대두한지도 오래다.
지금 서울에 있는 「파킹·빌딩」은 KAL 빌딩이 운영하는 것 하나뿐이나 오는 9월까지는 네개가 더 세워진다.
동화 빌딩 (최태섭·서소문), 삼·일로 빌딩 (김두식·삼미 사), 삼주 빌딩 (서울역 맞은편·이동령씨 계의 이재창), 경기 빌딩 (임찬중·경기 농약=삼각동 입구) 등 「파킹·빌딩」을 건설중이다.
지난 3월에 문을 연 KAL 주차 빌딩은 12층 2백87평의 대지에 연건평 1천4백43평으로 1백80대를 수용할 수 있고 사용료는 매월 소형 (코로나 이하) 1만원, 중형 (「크라운」「포드」20m) 1만3천원, 대형 (「벤츠」「캐딜락」등) 2만원으로 돼있다. 이 빌딩은 층마다 엘리베이터 (2대)로 차를 실어 나르면 각 차량이 자기의 고정 위치를 찾아들어 가는 「자주식」이다. 외국에는 「캐비닛·스타일」이라고 해서 한간에 차 1대씩 들어가는 우체국의 사서함 같은 모양을 한 「파킹·빌딩」도 있다. 각 층은 1백20평으로 15대씩 주차할 수 있으며 지하 주차장 (9백 평)에는 60대가 들어간다.
건축중인 다른 빌딩의 특색을 보면 동화는 엘리베이터 (2대)로 실어 나를 수도 있고 지상에서 꼭대기 주차장까지 15도 경사의 「램프·웨이」(폭 3m)를 시속 10마일로 올라 갈 수도 있다. 또 본 건물과 뒤에 위치한 「파킹·빌딩」사이에 「오버·브리지」를 가설, 본 건물의 주차 터미널에서 「파킹·빌딩」으로 바로 통하고 주차 통제실과 각 층의 운전사 대기실 사이에는 인터폰 시설이 돼있다.
삼·일로, 삼주, 경기는 KAL과 같은 「타입」이다.
이들 5개 업자는 모두 「파킹·빌딩」을 주차 전문 업을 위해 짓는 것이 아니고 본 건물에 입주한 회사, 기관들에 편의를 주기 위해 세운다고 한다.
KAL의 경우 건축비 1억원 (평당 7만원 정도) 토지를 싸게 구입했기 때문에 지금 시가는 평당 l백만원을 넘지만 2백87평의 대지가가 l억원, 그래서 2억원을 투입했다. 그 동안의 빌딩 사용료 수입은 월1백10만원 수준인데, 이는 2억원에 대한 은행 예금 금리 3백80만원의 3분의1도 못 되는 액수다. 이런 형편에서 「파킹· 빌딩」의 독립 채산은 엄두도 못 낼 일.
적어도 대 당 사용료를 월5만원 선으로 올려야 빌딩 자체의 수지가 맞을 수 있는데, 입주회사와의 관계를 고려해서 지금 그렇게는 올릴 수 없다 한다.
다른 빌딩들도 사용료는 선배 격인 KAL의 수준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얘기. 그러나 「파킹·빌딩」은 도심지를 피할 수 없고 그래서 비싼 값의 땅에 짓지 않을 수 없다. 건축중인 4개 모두가 평당 50만원 이상의 장소에 있다. 이들 모두가 「파킹·빌딩」을 본 건물에 따르는 하나의 부대 시설로 인정하고 본 건물과 「파킹·빌딩」을 포함한 전체적인 경영 수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 「파킹·빌딩」이 우리 나라에서 전문 업으로 등장하기에는 아직은 시기가 이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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