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작용 사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장티푸스는 법정 전염병이다. 보사부의 보고에 따르면 우리 나라에선 해마다 4, 5천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이 병은 급성이며, 입을 통해 균이 들어간다. 잠복기는 2주일. 몸이 노곤하고, 두통이 나며 열이 높다. 발그스름한 발진 현상도 있다. 40도의 고열은 환자의 의식마저 몽롱하게 만들어 주위 사람들을 긴장시킨다. 이 병을 앓고 나면 두피까지 누렇게 바랜다. 그처럼 몹쓸 열병이다. 사망률은 20∼25%의 높은 기록을 보여준다.
그러나 백신의 발명은 이 공포를 놀랄 만큼 덜어 주었다. 만 4세 이상의 경우, 피하에 0·4㏄의 백신만 접종하면 일단 예방할 수 있다. 이 주사에 유난스럽게 민감한 사람은 0·l㏄씩 3회로 나누어 접종을 해도 좋다.
장「티푸스·백신」은 사 균으로 만들어진다. 백신이라는 말을 제창한 프랑스 파스퇴르(1822∼95)는 병원 미생물의 병원성을 약화시키는 방법을 골몰히 연구했다. 그래서 병원 미생물을 열 또는 화학적 처리로 살균하여도 그 항원 성만은 유지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것은 스스로 강한 면역성을 준다.
이 백신을 접종하면 우리 체내의 혈청 속의 항체 (anti-body)가 맹렬히 동원되어 그것과 대항한다. 이것은 자연 감염과 흡사한 경로를 밟게 된다. 어떤 종류의 백신을 주사해도 그와 같은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다. 정도가 미미할 뿐이지, 일단 그 병을 치르는 셈이다. 그러나 부작용이 지나쳐 진성 감염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장「티푸스·백신」은 세균성이지만, 「바이러스」성인 천연두의 경우는 위험F천만이다. 이웃 일본에선 최근 종두를 맞고, 진성으로 감염되었던 일이 있었다. 68연 이후 연평균 20례 씩은 이와 같은 사건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본 후생성은 이런 경우, 행정 명령으로 사망은 3백만원 (일화), 그밖에 심한 부작용은 1백50만원 (일화)의 보상을 종용하고 있다.
의료인의 과실에 관한 처벌은 독일의 어느 촌락에서 일어났던 종두 사건에 선례가 있다. 이 사건은 당시 의료 업무상의 과실도 처벌의 대상이라는 판례를 최초로 남겨주었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종두와 같은 「바이러스」성은 잡균과의 분리가 여간 힘들지 않다고 한다.
이번 진주 지방의 장티푸스 부작용 사건은 어쩌면 행정상의 「미스」인 것도 같다. 간수하기 까다로운 백신을 보관하는 문제, 그것을 누가 어떻게 주사하느냐의 문제는 극히 원초적인 것이기도 하다. 당국의 사전 조처가 더없이 아쉬운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