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선씨 김대통령 노벨상 수상 로비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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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선(崔圭善·구속)미래도시환경대표가 국민회의 총재보좌역 시절(1998∼99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해 외국 인맥을 활용,로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崔씨는 또 노벨상 수상 로비를 위한 계획 문건 두종류(‘M 프로젝트’와 ‘블루 카펫 프로젝트’)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사실은 뉴스위크 한국어판이 입수해 9일 보도한 이 문건들에서 드러났다.

崔씨는 문건에서 “金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서는 외국인을 앞세운 자발적 자생적 성격의 조직을 운영하고,노벨평화상 선정 5인 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집중적인 섭외를 해야한다”며 “미국 총괄조직 아래에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범세계 조직을 구성하고,국내에선 비공개 비선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로비조직 구축을 제안했다.

崔씨는 문건을 만들기 한달 전인 98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 알 왈리드 왕자의 수석변호사인 알만소르 박사와 노벨상 컨설팅 계약을 맺고 문건내용을 일부 실행에 옮긴 것으로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문건의 ‘분위기 및 인프라 조성’ 항목에서는 ‘김대중 알리기 및 이미지 메이킹’‘만델라(전 남아공대통령)·아키노(전 필리핀대통령)·카터(전 미대통령)·아웅산 수지(여사) 등 세계 저명인사와의 교류확대’등을,‘업적만들기’항목에선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 콘서트,미얀마·인도네시아 등 민권투쟁 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콘서트는 99년 崔씨가 주선해 성사된 마이클 잭슨의 자선쇼로 현실화됐다.

특히 문건의 ‘섭외 및 공략’부분에는 ‘노벨평화상 선정 5인위원회,스웨덴 한림원,노르웨이 국회가 주 공략대상’‘5인선정위원회에 대해 1인당 최소 3명씩 맨투맨 식 접근’‘한국기업의 노벨 스폰서십 자격 유지’‘(스웨덴)에릭슨사의 한림원 영향력 활용’ 등의 로비안이 포함돼있다.

崔씨와 계약한 알만소르 박사는 98년 4월 20일 崔씨에게 전달한 세부계획서에서 “金대통령의 방미(98년 6월7∼9일)때 적어도 3,4개의 인권상을 받아야 한다.유엔,하버드대 등이 수여하는 상이 바람직하다”고 권했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金대통령은 당시 뉴욕을 방문해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을 만나고 유엔 국제인권연맹이 주는 올해의 인권상을 받았다.

뉴스위크는 崔씨가 청와대에 제출한 또다른 보고서에서 “알만소르 박사가 金대통령의 유엔 인권상 수상을 위해 아난 총장 및 그의 대리인 등과 접촉했으며,그 결과 아난 총장측에서 金대통령이 방미하는 날짜에 맞춰 유엔인권위원회가 적절히 일을 진행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해 왔다고 뉴스위크는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최근 서울을 방문한 가이르 룬데슈타트 노벨연구소장은 노벨평화상 수상을 위한 로비는 역작용을 일으킨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옌스 스툴텐베르크 노르웨이 총리도 ‘다그자비젠’지에 기고한 글에서 金대통령 수상시 단 한 건의 반대의견도 없었다고 밝혔다”며 “崔씨가 멋대로 만든 문건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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