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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랄 곳 없는 조산아|병원마다 인큐베이터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임산부들의 조산경향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는데 조산아들을 수용할 인큐베이터(조산아보육기)시설이 병원마다 크게 모자라 어린 생명의 보육에 위협이 되고 있다. 서울시내 각 종합병원의 경우 병원마다 한달 평균 최고 30명까지의 조산아들이 태어나고 있으나 보육시설은 이의 절반도 미치지못해 1인용 인큐베이터에 2, 3명의 조산아를 넣는가하면 많은 산모 가족들이 위험한 상태의 갓낳은 미숙아를 안고 병원을 헤매다가 끝내 아기의 목숨을 잃는 사례마저 빚고 있다. 전문의들은 『시설만 충분하면 어린 생명일지라도 훌륭히 자라게 할 수 있겠는데 안타까운 사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에 70대 그나마 비싼요금>
각 병원의 인큐베이터시설을 보면 서울대의대 부속병원이 5대, 그나마 2대는 고장으로 쓰지 못하고 있는데 조산아수는 월평균 8∼9명으로 수요는 2배에 이르고 있으며, 연세대의대 세브란스병원도 10대의 시설에 한달 평균 30명의 조산아를 낳고있어 인큐베이터 1대에 2∼3명씩 기르기도 하고 그래도 모자라 매일 1∼2명의 조산아를 다른 병원으로 소개해주는 실정. 이 같은 인큐베이터의 시설 부족현상은 국립의료원 7대(월평균 출산수 10명) 카톨릭의대부속 성모병원 9대(10명) 고려병원 6대(7명) 우석대부속병원 2대(9명) 한일병원 3대(6명)로 큰 병원일수록 대부분 시설이 모자라 고충을 받고있다고 병원 당국자들은 말하고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6일 임신 7개월만에 아기를 낳은 이순규씨(가명·26·서울종로구종로5가)는 인큐베이터를 찾아 세군데나 병원을 헤매다가 2시간만에 끝내 택시안에서 아기를 숨지게 하고 말았다. 이씨 가족은 처음 출산을 도운 이웃 산부인과 의사의 말을 듣고 국립의료원으로 아기를 데리고 갔으나 빈자리가 없어 다시 서울대 의대부속병원으로 갔다. 거기서도 『만원이니 다른 병원으로 가보라』는 간호원의 말에 따라 가까운 우석대부속병원으로 갔으나 이 병원에서는 『입원산모의 아기외에는 받아 줄 수 없다』고 해서 이씨는 다시 다른 병원으로 가려고 택시를 타고 가다 아기목숨을 잃었다는 것. 인큐베이터의 시설이 모자라기 때문에 대부분의 병원에선 입원 산모의 아기외에는 다른 조산아 보육입원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있어 임산부들에게 불안감마저 주고있다.
병원당국에 따르면 이같이 인큐베이터의 시설이 모자라는 이유는 국내생산이 되지않아 미국이나 일본등지에서 대당 50만원씩 수입해야 되며 당국이 또 이를 전기기재로 취급, 관세를 1백%로 물고있어 충분히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따라 사용료도 하루 1천5백원∼3천원까지의 비싼 값을 물게된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 임산부들의 조산경향은 현저히 늘어 서울의대 부속병원의 조사로는 작년 한해동안 동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 1천1백99명 가운데 조산아가 1백38명으로 전체의 1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68년의 9·8%에 비해 1·7%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병원 소아과과장 신명희씨는 『복잡한 도시생활에서 오는 임산부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각종 공해·과로·인공임신중절등의 증가로 조산아는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에 있으나 서울시내 각 종합병원에서 갖추고있는 인큐베이터 시설은 통틀어 70대도 안되어 안타까운 일』이라고 밝히면서 시설의 증설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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