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경제선생님] 용돈으로 사기로 한 물건 엄마 돈으로 사주면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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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아이들에게 용돈을 준 뒤 스스로 자신의 돈을 관리하게 하면, 아이들은 점점 돈의 현실적 실체를 경험하게 됩니다. 돈을 아까워 하고, 물건을 고르는 데 신중해져 마지막 선택을 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됩니다.

어른들이 신용카드로 물건을 살 때보다 현금을 사용할 때 의사결정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되면 아이들이 물건을 보고 '비싸다'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또 알뜰시장에 물건을 내놓을 때, 자신이 내놓을 물건의 값을 싸게 붙이지 못하면서도 나온 물건의 값은 비싸다고 여깁니다.

이런 변화는 사실 긍정적인 것입니다. 아이들이 돈을 추상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현실적인 도구로 다루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니까요. 이는 아이들이 더 큰 돈을 관리하고, 돈을 다양한 방법으로 관리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되는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자신의 돈을 아끼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빌붙는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주로 부모에게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가 사줄 거야? 그러면 먹을래. 내가 사야 하면 안 먹어도 돼'라든가 '아빠가 내주면 안 될까'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럴 때 아이와의 용돈 계약을 생각해야 합니다. 용돈 계약을 할 때 자신이 부담하도록 약속된 것이라면 100번에 99번은 사주지 않아야 합니다. 100번 중 한 번쯤은 즐거움이 되겠지만, 그 이상이면 아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대신해 욕망을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되고, 그런 기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망하게 됩니다. 부모들은 종종 시간이 아까워서 또는 그다지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대신 지불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게 스스로 결정할 권리와 책임을 주었으니 조금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충분히 고려하고 결정함으로써 선택능력을 키워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아이가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돈을 이용하려 할 때 아이에게 다짐해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내 돈이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의 돈도 소중하므로 다른 사람의 돈을 사용할 때도 신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가르침은 아이들이 우리 모두의 자산, 지구의 자산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것입니다.

김정훈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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