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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염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5일부터 전국에 뇌염주의보를 내렸다. 최근 수년래의 기록을 보더라도 뇌염의 첫 환자발생은 대체로 6월하순께로 돼있으므로 국민은 지금부터 모기를 없애고, 모기에 물리지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줄로 안다.
더우기 전문가들은 금년이 뇌염 다발생주기가 될 가능성이 짙다고 말하고 있다. 통계적으로는 원래 작년이 다발생주기라고 해서 많은 걱정을 했었으나, 작년에는 일찍부터 서해안과 영·호남일대에서 콜레라가 발생, 이에 대처한 철저한 살균소독이 실시됐었기 때문에 불행중 다행으로 뇌염은 겨우 발생 76명에 사망 12명이라는 비교적 적은 피해로 머물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뇌염의 다발생주기는 금년으로 이월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며, 그 이유로서는 첫째로 중부지방의 가뭄이 장기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 5월이래 모기가 왕성한 활동을 하기에 알맞는 섭씨 27도내외의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있다는 점등이 지적되고있다. 둘째로 작년에 뇌염환자 발생수가 적었다는 것은 그만큼 일반의 자연면역율이 낮아진 것을 뜻하기 때문에 금년이 매우 위험하다고 예측된다는 점등을 들수 있다.
이리하여 보건당국은 15일 전국의 시·도 방역본부에 대하여 모기의 살충과 환경소독작업을 강화토록 긴급 지시하는 한편, 국민 모두가 자진해서 모기를 잡고, 모기에 안물리기 운동을 벌이도록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뇌염은 치사율이 약 30%나 되는 무서운 전염병이며, 특히 환자의 95%가 19세이하의 어린이이고, 그중에도 특히 9세이하가 전체리환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또 뇌염은 설사 치사는 면했다 할지라도 무서운 후유증이 뒤따른다는 것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난 67년도 전북 정읍에서 뇌염을 앓고 난 환자 79명의 후유증을 조사해 본 결과, 그 49· 4%인 39명이 ①지능장해(19%) ②수족마비(14%) ③감정장해(13·4%) ④언어장해(10%)등 무서운 후유증을 남기고 있었다고 한다. 실로 뇌염은 이 후유증때문에 어느 전염병보다도 무서운 병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뇌염이 맨 처음 확인된 것은 해방직후인 46년 전북 군산에 진주한 어느 미군병사를 통해서였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후 해마다 약 2천여명이 이 병에 걸려 고생을 했었다. 그중 가장 심한 피해를 본 것은 58년도로서 6천8백97명 발병에 2천1백77명 사망이라는 희생을 낸 기록도 있다. 그리고 뇌염은 대체로 10년주기로 다발생주기를 맞는 것으로 돼있어 지난 68, 69년에 이어 금년이 그 다발생주기가 될 가능성이 짙다는 것은 앞서도 지적한바와 같다.
뇌염은 일단 그 병에 걸리기만 하면 이렇다할 특효약이 없는 것이 특징이므로 무엇보다도 모기에 안물리도록 하는 사전주의이외에는 별다른 예방방법이 없다는 점에 특별한 주의를 환기했으면 한다. 최근 미국이나 일본등지에선 뇌염바이러스의 발견이후 그 예방접종용 백신도 제조되기 시작한 모양이나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도 전국의 모든 어린이가 그 혜택을 입기에는 어려운 실정에 있는 것이다.
비단 뇌염예방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기 쉬운 여름철을 맞아 당국으로서는 전반적인 방역대책을 서두르는 한편, 국민의 하계위생문제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위해 대대적인 계몽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질병의 예방에 있어서야말로 소잃고 외양깐 고치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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