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김관진 대북 뚝심 먹혔지만 대화파 보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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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안보 상황이 극히 불안한 가운데 출범했다. 대선 직전인 지난해 12월 12일에 장거리 로켓 발사가 있었고 취임(2월 25일) 직전인 2월 12일엔 3차 핵실험이 터졌다. 3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이 직접 나서 ‘핵 찜질’ ‘벌초’ 등의 도발 위협을 가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겪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외교안보라인의 수뇌부에는 군 출신 인사가 다수 포진해 있다. 김장수(육사 27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남재준(육사 25기) 국정원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육사 28기)이 예비역 4성 장군이다. 박 대통령은 김장수 실장에게 “북한이 감히 도발할 생각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 수뇌부에 어떤 역할을 맡겼는지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 출신이 주도하는 외교안보라인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위기관리에 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경우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는 바람에 민주당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고 있긴 하지만 육사 출신으로 구성된 외교안보라인 수뇌부가 안보 문제는 뚝심 있게 이끌어왔다는 것이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대남 도발 위협 상황에 굴하지 않고 강력한 대응을 함으로써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었고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도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핵 위기 국면에서 50일 이상 귀가하지 않고 청와대 안팎에서 숙식을 하면서 안보 상황을 챙겨온 김장수 안보실장 등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하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전하고 있다.

 하지만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에 이은 이산가족 상봉 협의와 금강산 관광 재개 추진 등으로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본 궤도에 오를 단계로 접어든 만큼 상황 변화에 맞춰 외교안보라인 진용을 보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군 출신 인사들의 경우 경직된 대북관과 접근방식으로 인해 대화 국면에선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도 21일 펴낸 대북정책 설명 자료에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추진원칙으로 ‘균형 있는 접근’을 첫째로 꼽았다. 그래서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개성공단·금강산 프로젝트, 서울·평양 교류협력 사무소 설치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려면 보다 유연한 전략과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기용될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22일 “이명박정부 시기 단절됐던 남북관계에서 벗어나 대북 접근을 추진하려면 ‘대화파’를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엔 통일부나 외교부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는 진단이 깔려 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박근혜정부에서) 통일부는 (청와대에서) 하라면 하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고 입을 다물라면 다물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원한 정부 당국자도 “그동안 북한 전문가 출신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나 관료 출신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젠 힘을 실어줘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영종·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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