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개발 허용 … 3~4층 건물 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35년 만에 개발 제한이 완화된 서울 종로구 인사동 전경. 1973년 도심 재개발사업이 시작된 후 소단위 맞춤형 정비가 이뤄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종택 기자]

22일 탑골공원 건너 인사동. 거리 초입부터 커피전문점과 화장품 가게가 보였다. 조금 걷자 편의점과 음식점이 빼곡히 들어찬 거리가 보였다. 인사동을 상징하는 골동품점과 표구점은 뒷골목에서야 만날 수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화장품 가게나 중국산 물건으로 채워진 기념품 가게를 들렀다.

윤용철 인사동 전통문화보존회장은 “골동품점과 표구점·필방 등은 비싼 임대료 때문에 인사동 문화거리 뒤로 밀려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 문화거리 인사동은 2002년 국내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인사동 길에 들어서면 가슴이 절로 뿌듯해진다. 오래된 것들이 뿜어내는 아취(雅趣)는 나를 사로잡는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르다.” 문화재위원을 역임한 민속품 연구가 고(故) 예용해(1929~95) 선생은 인사동의 정취를 이렇게 표현했다. 하지만 그 풍경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올해 3월 서울시가 ‘문화지구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를 개정하며 문화지구 내 화장품점 등 특정 업종을 제한하고 나섰지만 한발 늦은 대책이란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앞으로 인사동에서 신·증축되는 건축물엔 커피전문점이나 화장품 가게가 들어설 수 없게 됐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평 도시환경정비구역 변경 지정(안)’을 22일 발표했다. 35년 만에 인사동의 개발제한을 풀면서 업종을 제한한 것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골동품점·표구점·필방·화랑 등은 권장하되 화장품점·커피전문점·노래방 등의 업종은 허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사동은 그동안 철거재개발구역으로 묶여 대규모 개발만 가능했다. 건물 소유자라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수 없었다. 서울시는 6개 대규모 개발지구를 69개 중·소규모 지구로 변경해 소규모 개발이 가능하게 했다. 전면 철거 대신 인사동 옛길 등 도시 형태를 유지하면서 낡은 건축물을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건물주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건폐율을 현행 60%에서 최대 80%로 높였다. 신축 건물의 층수도 전면 도로폭에 따라 기존에는 1~2층만 허용됐지만 이번 변경안에선 3~4층으로 높였다. 서울시는 건축선 후퇴를 통해 4m 폭의 소방도로도 확보할 계획이다. 건축주가 건축선을 후퇴할 경우 층수 제한을 완화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인사동은 올해 초 건물 8채를 태운 인사동 식당가 방화사건 당시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들어 피해가 커지는 등 화재에 취약했다.

 서울시 이제원 도시계획국장은 “소규모 맞춤형 정비 사업은 1990년에 도입된 후 한 건도 사업이 진행된 적이 없었지만 도심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지역 특성을 살리면서도 낙후 문제도 개선할 수 있는 개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글=강기헌·안효성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