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아마 농구 최강전] 고려대 앞에 다 쓰러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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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려대의 이민형 감독(오른쪽 넷째)과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22일 2013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에서 상무를 꺾고 우승한 뒤 어깨동무를 하고 고려대 응원가 ‘뱃노래’를 부르고 있다. 결승에서 21점·12리바운드를 올리는 등 대회 내내 활약한 이종현(왼쪽 넷째)이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정시종 기자]

잠실학생체육관이 ‘안암골 호랑이’ 고려대의 함성으로 가득 찼다. 함성은 고려대 1학년 센터 이종현(19·2m6㎝)을 향했다. 4쿼터 막판 6점 차로 앞서자 승리를 예감한 이종현은 관중석을 향해 응원을 유도하며 두 팔을 휘저었다. 한국 토종 센터의 계보를 이을 이종현이 고려대를 프로-아마 최강전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종현은 22일 상무와의 프로-아마 최강전 결승에서 21점·12리바운드로 75-67 승리를 이끌었다. 이종현은 대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75표 중 74표를 받았다. 고려대는 이번 대회에서 프로팀 오리온스·KT·모비스를 연파한 데 이어 결승에서 지난 대회 챔피언 상무도 잡으며 이변을 완성했다.

 이종현은 최근 살이 쏙 빠졌다.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는 벅찬 일정을 소화했다. 대학농구리그를 꾸준히 치르는 와중에 대표팀에도 불려 다녔다. 지난 5월 인천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최근 막을 내린 2013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에도 출전했다. 그리고 쉴 틈도 없이 이번 대회에 투입됐다.

 몸은 힘들었지만 기량은 한층 성장했다. 국제 무대를 경험한 이종현에게 국내는 비좁게 느껴졌다. 게다가 자신보다 7~8㎝ 작은 선수들이 매치업 상대라 손쉽게 골 밑을 장악할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 이종현을 지켜본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고려대와 4강에서 맞대결한 뒤 쓴소리를 했다. “이종현은 국내 무대에서 평가할 수 없다. 프로에 와서 외국인과 겨뤄보고 국제 대회에서 통하는 선수가 되는지 더 봐야 한다. 포스트업(골 밑 공략)이나 미들슛이 약하다”고 했다. 이종현이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길 원하는 스승의 조언이었다.

 결승전에서 이종현은 유 감독의 말을 듣기라도 한 듯 움직였다. 골 밑에서 볼을 잡으면 적극적인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중거리슛도 과감히 던졌다. 이종현은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겨두고 64-66으로 뒤진 상황에서 이승현의 골밑슛이 실패하자 재차 밀어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혈투를 마친 이종현의 코는 부어 있었고 팔에는 긁힌 상처가 선명했다. 그는 “너무 힘들고 정신없지만 기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무엇을 더 익혀야 할지 알았다”며 “유재학 감독님이 지적하신 말씀이 다 맞는다고 생각한다. 약점을 보완해 더 좋은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글=오명철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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