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카메라를 좀더 대중 속으로|첨단적 매체에비해 낙후한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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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참 오래 살다보니 별 것 다 보겠구나? 하늘의 별따기란 말이 꿈같은 얘기가 아니고 이젠 그 인공위성인가하는 별(성)을 통해 TV에서 미국대통령의 얼굴과 말을 직접 따내니 참 세상도 희한해졌구나!』
90을 바라보는 노모가 인공위성을 통한 한-미 직접중계실황(2일)과 닉슨 미대통령(4일)의 연설실황을 한참 보시다가 이렇게 신통하다는 듯 말씀하신다.
『가마타고 시골가는데 온종일 걸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손녀애가 미국서 하룻만에 날아오지않나, 이렇게 지금 미국에서 생기는 일을 똑같이 앉아서 맞대구 보게되다니…. 사람은 오래 살고 볼일인가보다….』 스피디한 세대의 변천을 실감나게 느끼시는 모양으로 주름진 얼굴에 희색마저 깃들여있다.
정말 희한한 세상이 되었다. 인공위성이란 것도 말과 신문뉴스등으로 그런대로 느껴왔던 것인데 막상 중계실황을 보니 노모의 감흥에 못지않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바야흐로 우주시대에 우리도 한몫 끼었다는 실감이 두드러지고 그 무엇인가 앞날에 대한 희망마저 부풀어온다.
산 넘고 물 건너 꼬불꼬불 먼길을 걸어서 다니던 허술한 시대는 이미 이 땅에서 사라지고 점과 점을 일직선으로 직접 잇는 스피디한 시대로 바뀌었다.
눈부시게 발전하는 이 세대의 소용돌이속에서 이제 라디오·TV는 우리생활 속에 깊이 뿌리박고 생활정보를 전달하는데 없어서 안될 필수품이 된 것이다.
그러나 한편 돌이켜보면 아직도 우리네의 TV계는 인공위성이라는 첨단적인 매개체와 인연을 갖는 반면에 낙후된 내용과 기재미비로 제구실을 다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외를 통해 발생한 모든 사건과 움직임을 빠른 시간대에 전달할 수 있는 기동력이 라디오·TV에는 아직도 부족하다.
TV뉴스만 해도 그렇다. 아직도 라디오의 전송방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자막의 삽입만으로 거의 뉴스시간을 채우고있다.
TV카메라를 깊숙이 민중속에 파고들어 직접 TV영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금치못한다.
우주시대에 살고, 같이 호흡하는 이 마당에서 좀더 빠른 생활정보의 전달을 위해 TV관계자들은 좀더 노력해주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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