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원수의 방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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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르·몽드=본사특약]루마니아 공산당 제일서기겸 국가원수 차우세스쿠는 지난 25일 소련을 방문, 24시간 체류한뒤 26일 귀국했다.
그의 돌연한 모스크바 방문에 루마니아 국민들은 불안을 느꼈다. 그간 루마니아는 다뉴브강의 대홍수의 참변이 있었는데도 수뇌급의 소련방문이 실행된 것이다.
방문후 발표된 간단한 공동 코뮤니케는 몇개의 핵심적인 문제엔 전연 언급하지않았다. 단지 양국의 공산당은 두 나라 사이의 우호관계를 발전, 강화할 것을 거듭 확인했으며, 회담이 솔직하고 동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고만 말하고있다.
이 말은 양측이 어떤 최종적인 결정이나 합의를 추구하기보다는 각자의 입장을 재삼 확인하는 것으로 그쳤다는 것을 뜻한다.
이 회담의 진의를 알려면, 루마니아대표단의 모스크바 방문이 이루어진 시기를 주목해야한다.
이번 방문은 루마니아가 독자노선을 거듭 천명하고 난 직후에 이루어진 것이다. 루마니아는 코메콘(공산권 경제회의)에 초국가적 기능을 도입할 신설투자은행 가입을 거부했다.

<체코침략 정당화획책>
그런 루마니아가 동독에서 약 15일동안 벌어질 바르샤바 동맹군의 기동연습과 소피아에서의 동구권 국방상회의에 참가할 것인지?
루마니아는 사회주의제국의 군사원조 강화를 목적으로하는 이 움직임에 가담할 것인가?
소련과 루마니아 사이의 우호협정도 그만 못지않은 문제점을 제기하고있다. 전에 맺은 협정은 68년2월에 만료되었다. 새로운 협정안은 2년전에 이미 작성되었으나 체코사태로 서명이 보류되어있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한다.
소련은 이 조약안을 수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 5월6일 프라하에서 작성된 소련의 무력침공을 정당화하는 문서와 비슷한 조약이 되도록 획책하는 것 같다. 그 문서란 서명 당사국들은 바르샤바 동맹제국의 체코점령을 존중하고 그 침략자를 협조해야한다는 약속이다. 그러나 루마니아로서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루마니아는 타국의 내정에 간섭하지않고, 나아가 소련의 반중공정책에 휘말리지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소서는 장기적 압력작전>
차우세스쿠는 자국의 주권을 조금이라도 제한하려는 것에는 날카롭게 반발하고있다. 그러나 그러기위해서 그는 만만찮은 위험을 각오해야한다. 소련은 현재 각 공산국들이 소련노선을 추종하고, 소련을 중심으로 뭉치게하려는 공세를 펴고있다. 위성국들은 자극하지않으려고 공공연히 통합을 불어대지는 않지만 서서히 그 본색을 드러내는 판이다.
소련의 전술은 갉아먹기 전술이다. 완강한 상대방을 조금씩 조금씩 마멸해 나가는 것이다. 일격에 치명타를 가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의 굴복을 초조하게 기다리지도 않으면서 항상 중압을 가하는 것-그 고양이와 쥐의 놀음이 지금 부카레스트와 모스크바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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