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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파문 주한미군 감축설|국회 외무-국무위 질의응답에 비친 문제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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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땅에 미군이 무한정 주둔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때가 되면 언제고 미군이 철수해야겠고 자주적으로 통일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 미군이 철수할 수 있는 시기가 됐느냐, 과연 지금 우리가 우리 힘만으로 중공과 소련의 지원을 받는 북괴를 이겨낼 수 있느냐에 있는 것이다.』-유진산 신민당당수는 주한미군 철수설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5월29, 30일과 6월1일 세차례에 열린 국회외무와 국방위는 주한미군철수설의 진상과 대책을 논의하면서 우리나라안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규하외무, 정내혁국방장관은 미국으로부터 주한미군 감축내지는 철수문제를 제의받은 바 없으며 현 시기의 미군감축에 반대한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미국이 해외에 주둔하고있는 미군의 전반적인 감축의 일환으로 주한미군감축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리란 가능성은 인정한다. 그러나 『한-미 방위조약 4조에 주한미군의 배비(DISPOSE)는 상호합의에 의하도록 되어있으므로 미국의 일방적인 감군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와 협의가 있을경우 우리 정부가 반대할 것이란 태도를 분명히했다. 외무-국방위 질의응답에 비쳐진 주한미군 철수설의 주변을 헤쳐본다.

<주한미군만 거론한 것 의아>
주한미군 철수론이 갑자기 문제된 것은 지난 28일 레어드 미국방장관의 발언과 AP통신의 해설기사에서 비롯된다.
레어드장관의 발언내용은 『미국정부는 전세계에 배치된 미군문제를 연구검토중이다. 구체적으론 말할 수 없없으나 닉슨독트린의 수행을위해 미국의 세계경찰역할을 줄이기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란 극히 일반적인 것. 그러나 이 연설을 토대로 AP통신은 그동안의 추세와 국방성내 여러 소스를 인용, 주한미군감축설을 보도한 것이고 이 보도는 타이딩즈상원의원과 골드버그 전주유엔대사의 주장과 일치한다.
정부측은 이러한 상황을 설명, 철수설의 개연성이 희박하다고 했지만 대부분의 의원은 주한미군의 감축이 조만간 닥쳐올, 피하기어려운 추세란 견해를 보였다.
차지철외무위원장은 『감군은 틀림없이 닥쳐온다』며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시기라고 했고 이영근의원은 『주한미군중 1개사단이 71년말이나 72년쯤에는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정국방장관도 『공식제안은 없지만 가능성은 있어 국방부도 의원들 못지않게 걱정하고있다.』고 증언한 것을 보면 주한미군철수가 먼 장래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박기출, 김봉환의원은 해외주둔 미군이 서독, 일본, 태국, 필리핀등 각처에 많은데 주한미군만이 특히 문제된 것을 의아해하면서 『월남파병때 같이 한국군을 캄보디아에 파병토록 압력을 가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각도에서 생각하기도 했다.

<심리적 영향커 발전도 저해>
주한미군의 철수나 감축이 가져오는 가장 큰 문제는 북괴의 도발가능성. 두 위원회의에서도 정부장관이나 국회의원이나 모두 제 2의 6·25를 깊이 우려했다.
서범석의원은 『50년초의 애치슨성명이 6·25를 일으켰듯이 주한미군철수는 제 2의 6·25를 유발할 것』이라고했고, 정장관도 『북괴의 사기를 높여 도발을 오산케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주한미군철수는 한반도에 전면 도발이 발생할 때 미국의 개입을 늦춘다는데서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할뿐더러 국민과 군의 사기저하, 대미불신, 해외투자의 감소에 따르는 경제발전 둔화를 수반할 위험이 있다.
정장관은 타이딩즈 미상원위원의 주한미군 1개사 철수론을 반박하면서 『미국이 철수하는 병력의 전투력만큼 국군을 증강시키고 대한 방위공약을 성실히 수행하더라도 미군감축이 주는 심리적인 영양을 간과하고 있다.』고 방위이외의 문제점을 걱정했다. 미군이 감축되면 적은 유엔군의 권위와 실력을 과소평가하게되는반면 우리와 자유세계는 한국의 방위와 안보에 불안감을 갖게되어 많은 문제가 뒤따른다는 것.
미국의 군원이 적기때문에 한국군은 북괴에비해 빠른 속도로 증강되지못했다.(서범석의원 말). 중공과 소련의 지원을 받는 북괴를 우리 단독으로 이겨낼 수 없으므로 미국과 자유 진영의 지원이 필요하다.(정 장관).
우리와 북괴의 전투력을 비교하면 정규군은 공군력을 제외하고는 수적으로 우리가 우세하나 장비는 꼭 그렇지는 못하다(정 국방). 특히 북괴는 1백20만 노동적위대가 중장비까지 갖추고 철저히 훈련되어있어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셈이다.(김봉환의원). 북괴의 금년 군사비는 7억4천6백만달러로 우리의 군원까지 합친 군사비 4억7천만 달러와 비교할 때 근본적인 전기가 필요한 것 같다.(서범석의원).
의원들은 『미국이 38선과 휴전선의 악몽을 만든만큼 역사적책임을 져야한다.』면서 수차에 걸친 대한방위공약을 저버리려는 『미국의 배신』을 힐책했다.

<대미 저자세탈피 협상해야>
미군의 주둔이 『우리 안보와 직결』(최 외무장관)되는만큼 외무-국방위에서도 ①감축을 막는 방법과 ②감축이 될 경우의 대책이 진지하게 논의됐다.
의원들은 주한미군철수론이 나온 것 자체가 ①정부의 대미외교의 부실과 ②과잉선전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영근 김종철의원은 사전에 북괴의 도전적인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미국에 충분히 전달하여 바른판단을 하도록 못한 『대미 저자세』를 힐책했고 서범석의원은 『정부의 과도한 자신표명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비난했다.
서의원과 이의원은 주한미군철수를 반대하기위해 데모등 국민운동을 벌여야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의원은 북괴가 요즈음 무장공비남파를 줄인 것을 호전성의 감퇴가아니라 미군을 철수시키기위한 고도전략으로 분석해야한다고도 했다.
김홍일 신윤창의원은 미군철수를 저지하고 군원증강을위해 정부-국회-민간대표로 구성된 특별사절단의 파미를 주장했고 김용태의원은 주월국군 철수론을 제기하라고 했다.
국군의 증강과 현수준의 미군주둔이 동시에 필요하다는데 정부-국회의 의견이 일치, 정장관은 『국군이 증강되더라도 미군철수에는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장관은 『이미 국군장비현대화를 위한 기본계획이 작년 미국에 전달됐으므로 오는 7월에 열릴 한-미국방장관회의에서 국군의 전투력증강과 대한 군원증액 미군철수저지교섭을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사흘동안의 회의는 그 대책으로 대미외교의 강화를 결론지었다. <성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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