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사고 내세우는 BEF|기존 기업가치관에 도전|미국에 새경영자 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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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이 기업이라는 낡은 경영관에서 벗어나 인문·국가 및 사회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운 기업의 윤리론이 미국에서 대두,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업계단체는 공해와 소비자보호문제등을 짐짓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이들 사회문제와 정면대결하는 태세로 탈피해가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미국기업들을 에워싼 환경은 월남전의 장기화, 계속되는 해외투자규모, 도시재개발 및 인종문제등 60년대에서 이월된 난문제들이 산적해있다.
이러한 여건아래서 전통적으로 정치적발언을 삼가던 미국기업계에 홀연히 새로운 경영자그룹-경영자교육기금(BEF=Businessmen's Educational Fund)이라는 이색집단이 등장, 미국사회의 기존가치관에 도전하고있다.
로스앤젤레스의 실업가 해럴드·워렌스씨를 비롯한 10명의 동료실업인들이 설립한 BEF는 작년 10월말 현재 3백명의 회원을 가진 큰 단체로 자라났다.
BEF의 설립취지는 ①인플레와 싸우고 ②운영과 투자자금조달을 원활히하며 ③달러방위를 위해 국가목표를 재검토하는 것 등이며 현재의 환경과 싸워 자손들에게 안락한 생활을 물려주자는 것이 그들의 이념이다. 즉 비즈니스적인 사고로 국가목표를 재검토하여 병든 미국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 가자는 것이다.
이에따라 구체적인 목표로서 ①미국의 국방예산을 25%(2백억불) 삭감하고 ②해외군사활동을 줄이는대신 무역과 투자로 해외와의 결속을 강화하며 ③후생·도시개발·환경정화등을 위한 예산의 대폭증액등을 표방,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있다.
상원외교위원장 J·윌리엄·풀브라이트씨는 『미국은 본질적으로 기업사회이며 유능한 인재는 젊었을 때부터 기업에 매혹된다. 때문에 BEF는 미국의 어느 단체보다도 인생에대한 우리의 사명과 미국이 이상적인 국가가되도록 미국인의 태도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BEF를 높이 평가하고있다.
진취적 서부실업인들의 모임인 이 BEF는 명칭에있는 교육적(educational)이란 단어그대로 일반 미국인을 교육하여 미국이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가를 정확히 판단케해야겠다는 포부를 안고있다.
또한 정치가는 경영에 백지이기 때문에 미국이라는 국가경영에 실패했으며 국가재원의 배분방식이 잘못되고있다고 경영자다운 비판을 가하고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BEF의 활동을 반대하는 여론이 없는 것도 아니다.
첫째는 경영자가 사회문제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좋지않다는 보수적의견이 있으며, 둘째는 공해와 소비자보호등의 문제는 경영자가 참가해야하나 월남전반대등 정치문제가 끼어드는 것은 달갑잖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구성멤버가 극우에서 좌파까지 망라돼있어 지나치게 광범위한 변혁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BEF와 같은 경영자단체가 미국에서 출현한 것은 확실히 미국정치사의 이변으로 기록된다.
어느 나라나 산업계든 정치적으로 중립이며 기존가치체계를 지키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BEF는 아직은 회원수도 많지않고 유력업종의 대기업이 참가하지않고있어 그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경영자의 사회적관심이 높아지고있다는 사실을 실증하는 점에서, 그리고 기업의 양심을 불러일으킨다는면에서 BEF의 존재는 확실히 큰 의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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