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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부터 경주차까지 … 디젤 엔진의 진화는 계속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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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자동차 엔진의 대세 … 첨단 기술 적용, 사용 분야 넓혀 가는 디젤

1913년 10월 초, 어선을 타고 북해를 지나던 한 선원이 시신 한 구를 발견한다. 부패가 심해 육안으론 신원 확인이 어려웠다. 소지품으로 수소문해 밝힌 망자의 이름은 루돌프 디젤. 그의 죽음은 지금껏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의 발명품은 선박과 공장·기차·중장비 동력원으로 각광받으며 2차 산업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오늘날 그의 성은 경유를 연료로 쓰는 엔진을 뜻하는 일반 명사로 쓴다. 엔지니어였던 그는 열효율은 뛰어나되 구조는 단순한 내연기관을 꿈꿨다. 그의 엔진은 고온고압의 공기에 연료를 뿌려 폭발을 일으켰다. 자연발화였다. 불꽃을 튀겨 점화시키는 휘발유 엔진보다 연료효율이 40% 뛰어났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디젤 엔진은 꾸준히 진화를 거듭했다.

`메르세데스-벤츠 A 200 CDI` (左) , `아우디 R18 e-트론 르망 경주차` (右)

디젤 엔진은 무거웠다. 높은 압축비를 견디기 위해 부품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부품이 특히 무거웠다. 이 때문에 고회전이 어려웠다. 진동과 소음도 컸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바늘처럼 가는 연료분사장치와 부 연소실을 개발했다. 보쉬는 연료를 압축해 각 실린더로 보내는 ‘인젝션 펌프’를 만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밀한 제어는 어려웠다.

그래서 선보인 기술이 커먼레일이다. 연료를 고압으로 압축한 뒤 각 실린더에 직접 뿜는 기술이다. 첫 시험 제품은 1960년대 스위스 연방 기술 협회가 처음 만들었다. 하지만 상용화는 90년대 중반 일본의 덴소가 시도했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의 피아트와 마그네티 마렐리가 엔진 제어장치와 연계된 전자식 커먼레일을 처음 선보였다.

이 원천 기술을 독일의 보쉬가 사들였다. 97년 알파로메오와 메르세데스-벤츠가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얹은 승용차를 내놓았다. 이후 보쉬는 10년 이상 독주했다. 국산차의 첫 커먼레일도 보쉬의 솜씨였다. 2000년 말 선보인 현대 싼타페와 트라제 XG가 대표적이다. 태평세월을 누리던 보쉬는 21세기에 들어 델파이, 덴소, 지멘스 VDO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커먼레일은 편의상 연료분사압력(바·bar)에 따라 세대를 나눈다. 1세대는 1300바, 2세대는 1400바, 3세대는 1600바 이상. 현재의 커먼레일은 4세대로 2000바까지 쓴다. 승용차 타이어 공기압의 400배 정도다. 연료분사장치의 핵심으로 ‘피에조’가 손꼽힌다. 전기자극을 주면 길이가 미세하게 바뀌는 결정체다. 그 움직임을 이용해 연료를 딱딱 끊어 뿜는다.

최신 디젤 엔진의 알짜 기술은 대개 보이지 않는 데 숨었다. 예열 플러그가 대표적. 전원 공급 후 0.5초 만에 1300도까지 달아오른다. 요즘 디젤차 계기판에서 ‘예열 중’을 뜻하는 ‘돼지꼬리’ 경고등을 보기 어려운 이유다. ‘가변조절식터보(VGT)’는 바람개비 같은 날개의 각도를 수시로 바꾼다. ‘디젤 미립자 필터(DPF)’는 분진이 쌓이면 스스로 태워 없앤다.

요소수로 배기가스 중의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기술도 선보였다. ‘블루 TDI’ ‘블루텍’ 등 브랜드마다 이름은 제각각이다. 그러나 원리는 비슷하다. 배기가스에 요소수를 뿜으면 열분해를 통해 암모니아로 변환된다. 암모니아는 배기가스 중 질소산화물을 물과 질소로 환원시킨다. 이 시스템을 갖춘 차는 연료 주입구 옆이나 트렁크에 요소수 주입구가 따로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악트로스

소음과 진동을 지우기 위한 기술도 진화했다. 오일을 채운 지지대로 엔진의 떨림을 삼켰다. 겹겹이 씌운 방음재로 걸쭉한 숨소리도 감췄다. 그 결과 숙명으로 여겼던 각종 콤플렉스에서 벗어나게 됐고, 자연스레 소비자의 거부감을 허물었다. 오늘날 디젤 엔진은 ‘악트로스’ 같은 대형 트럭부터 ‘A-클래스’ 같은 소형차까지 거침없이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심지어 모터스포츠에서도 디젤차가 맹활약 중이다. 지난 6월 23일 아우디는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통산 12회 우승이었다. 이번 우승의 주역은 24시간 동안 평균 시속 241.4㎞로 4743㎞를 달린 ‘R18 e-트론’. 이 경주차는 490마력을 내는 V6 3.7L 디젤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짝짓고 네 바퀴를 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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