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의 마력, 연비 잡고 소비자 마음 훔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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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차례로 `현대 더 뉴 아반떼 디젤`, `메르스데스-벤츠 E 220 CDI`, `폴크스바겐 골프 2.0 TDI`

디젤(경유)차의 인기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에서 신규 등록한 승용차 가운데 디젤차는 19만3953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7%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가솔린(휘발유)와 LPG(액화석유가스) 차는 각각 9.9%, 8.3% 줄었다. 협회는 디젤차의 인기 비결로 상대적으로 싼 연료비와 높은 연비, 수입 디젤차 인기에 따른 상승 효과를 꼽았다.

BMW 520d

수입차 시장에선 디젤차가 이미 대세다. 올 상반기 많이 팔린 10개 차종 가운데 디젤차가 7 개였다. 지난달 베스트10 중에선 2개 차종을 뺀 나머지가 전부 디젤차였다. 따라서 수입차 시장의 디젤차 점유율 또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달엔 62.3%까지 올라갔다. 1~7월 누적 점유율은 60.3%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48.8%였다.

디젤차가 수입차 시장의 판세를 바꾸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래서 디젤차의 질주가 더 도드라진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인 BMW가 대표적이다. 2008년 BMW코리아의 디젤차 판매는 900대였다. 이후 해마다 두세 배의 성장을 거듭했다. 2009년 2000대, 2010년 5400대를 기록한 데 이어 2011년엔 1만3000여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엔 2만 대의 벽마저 돌파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디젤차 인기의 핵심은 연비”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가의 수입차 오너는 연료비에 연연치 않을 것이란 편견은 이제 옛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디젤차의 인기는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은 세계적 추세다. 과거보다 소음·진동이 많이 줄어든 데다 연비가 빼어나고 힘이 좋다는 인식이 뿌리내린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올 하반기 수입차 시장의 인기 역시 디젤차가 주도할 전망이다. 그 선두에 폴크스바겐이 있다.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0위 명단에 골프와 파사트·티구안 등 네 차종의 이름을 올렸다. 모두 1.6~2.0L의 TDI(디젤 터보 직분사) 엔진을 얹었다. 한 지붕 식구인 아우디 역시 디젤 엔진을 얹은 A6 2.0과 3.0 TDI를 베스트셀링카 8~9위에 올렸다.

한 브랜드 내 가솔린과 디젤차 판매의 역전도 눈에 띈다.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E클래스의 경우 지난해 V6 3.5L 가솔린 엔진의 E 300이 가장 많이 팔렸다. 반면 올해는 직렬 4기통 2.2L 디젤 엔진을 얹은 E 220 CDI에 추월당할 판이다. 지난달 530대가 팔려 539대의 E 300을 바짝 추격했다. 지난해만 해도 E 220 CDI는 베스트10 안에 못 들었다.

다음 달 25일엔 BMW코리아가 신형 5시리즈를 선보인다. 기존 520d는 1~7월 누적판매 5940대로 1위를 차지한 수입차 시장의 절대 강자. BMW코리아는 신형 5시리즈에 사륜구동을 더한 520d x드라이브를 추가하는 등 디젤 라인업을 보다 다양화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313마력을 내는 고성능 디젤차 SQ5를 앞세워 틈새시장 공략에 나섰다.

국산차 업계도 견제에 나섰다. 현대차가 지난 13일 선보인 ‘더 뉴 아반떼’가 신호탄이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4년 만에 아반떼에 다시 얹은 디젤 엔진. 직렬 4기통 1.6L로 128마력을 낸다. 가격은 자동변속기 기준 1745만~2090만원. 현대차는 내년 디젤차 라인업을 그랜저와 제네시스 등 준대형차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아차도 연말께 K3 디젤을 선보일 예정이다.

취재팀=김영훈·박진석·이상재·채윤경 기자, 김기범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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