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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성 띤 「잃어버린 양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왕년에 영화 깨나 보았다는 사람 치고 캐럴·리드 감독의 『심야의 탈주』를 기억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프레드릭·로렌스·그린의 소설 『Odd Man Out』의 영화화로서 스타 제임즈·메이슨의 출세작이기도한 명화-.
『잃어버린 양지』(파라마운트극장)는 미국 흑인들의 민권 데모로부터 시작된다. 황폐한 도심지에서 더럽고 가난하게 사는 니그로들의 모습-. 시드니·포이티어는 민권운동의 지도자로, 투옥된 동지들의 가족을 부양할 기금을 만들기 위해 부하들을 이끌고 75만 달러의 현금을 강탈한다.
이른바 영상파다 뭐다 해서 화면미를 추구하는 것이 영화예술의 정통인 듯 알려졌지만, 영화는 소설이나 연극 못지 않게 사회성을 띤 작품들이 끊임없이 명맥을 이어왔다. 1969년 작이라는 이 영화가 증명하고 있고, 또한 우리가 흔쾌히 여기는 것이 바로 이 문제인 것이다. 돈만 알고 저능한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사양길을 걸으면서, 뉴요크 파라는 신진기예영화작가들이 영화예술 중흥의 기치로 들고 나온 것도 바로 이 문제였다.·
오래간만에 보는 시드니·포이티어도 반갑지만, 백인 여우 조앤·심커스, 그리고 흑인 조연진의 열연은 시종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수입된 이름 그대로의 문제작.
검열에서 데모 진압 신이 몹시 잘린 것 같아서 연결이 잘 안된 것이 큰 흠이고, 라스트·신은 시대감각에 뒤진 느낌이 든다.
영화의 오락성에 혐오를 느낀 감상객에게 적격인 고급품<김기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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