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잃은 무슬림형제단 와해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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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함마드 바디아

이집트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온 무슬림형제단의 최고지도자 무함마드 바디아(70)가 보안군에게 체포됐다. 이집트 관영통신은 20일(현지시간) 바디아 의장이 카이로 북부 나스르시티 라바 광장 근처 한 아파트에서 검거됐다고 보도했다. 내무부도 바디아 의장이 모처에 구금된 채 앉아 있는 사진을 공식 페이스북에 올렸다. 영국 BBC는 “무슬림형제단에 지도자 체포 사실을 확인시킴으로써 협상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라고 전했다.

 바디아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직후 “군부 쿠데타는 무효”라며 무르시의 석방과 압둘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의 해임을 촉구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초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였다. 바디아는 앞서 체포된 카이라트 샤테르 부의장, 라샤드 바유미 부의장 등과 함께 오는 25일 재판에 회부될 예정이다. 그의 아들 암마르는 지난 16일 ‘분노의 금요일’ 시위 때 군경과 유혈충돌 과정에서 숨졌다.

 바디아는 2010년 무함마드 마디 아케프의 뒤를 이어 형제단의 정신적 지도자 자리에 올랐다. 1943년에 태어난 그의 생애는 형제단이 걸어온 굴곡과 궤를 같이한다. 카이로에서 수의학을 전공한 바디아는 65년 처음으로 형제단 정치 활동과 관련돼 투옥됐다. 당시 형제단은 가말 압둘 나세르 대통령 치하에서 이슬람국가 수립을 꾀하다 탄압을 받았다.

 바디아는 군사재판에서 15년형을 받았지만 74년 대부분의 형제단 수감자들과 함께 가석방됐다.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이 형제단에 유화정책을 펴고 형제단도 온건주의 노선을 통해 정치세력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바디아는 대학 강의를 하며 형제단 활동을 하다 96년 지도부 일원으로 올라섰다.

 무슬림형제단은 2011년 ‘아랍의 봄’ 때 시민혁명을 지지하며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퇴진에 기여했다. 지난해 첫 민주적 대선에선 무르시 대통령을 배출하며 기세를 올렸다. 바디아 의장은 무르시 집권 기간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을 주장하는 등 강경 이슬람노선을 고집했다.

 군부의 강경진압에 밀려 반정부시위가 주춤해진 가운데 바디아 의장마저 검거되면서 형제단의 앞날은 미궁에 빠졌다. 마무트 에자트 부의장을 임시 지도자로 세우긴 했지만 권력 균열로 인한 와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와 달리 전날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석방 결정이 내려진 것과 맞물려 형제단의 분노를 자극해 지하디스트 등 급진파의 테러를 촉발할 가능성도 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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