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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 헤집고 사람 공격 … 야생 곰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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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의 한 식당 CCTV에 찍힌 야생곰. 음식물 쓰레기통을 끌고 가고 있다. [유튜브 캡처]

지난 8일(현지시간) 초저녁 조깅을 하던 미시간주 12살 소녀 애비 웨더럴은 수상한 기척에 뒤를 돌아봤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흑곰 한 마리가 쫓아오고 있었다. 정신없이 도망치자 곰은 이내 애비를 뒤쫓아와 넘어뜨렸다. “사람 살려”라는 애비의 비명에 곰이 움찔한 사이 일어나 달리자 곰은 곧바로 따라와 다시 애비를 덮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애비는 “죽은 척하면 산다”는 말이 떠올랐다.

 곰이 얼굴과 다리를 할퀴는 데도 가만히 있자 곰은 흥미를 잃은 듯 뒤돌아 숲으로 돌아갔다. 애비를 공격했던 곰은 야생동물관리국에 의해 사살돼 질병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미시간 자연보호국 애덤 범프는 “곰이 공격할 때 죽은 척하는 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애비는 운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곰은 뒷걸음질치거나 공격해도 가만히 있는 대상을 만만하게 보고 더 달려든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외딴 숲뿐 아니라 민가에까지 야생 곰이 출몰해 사람을 공격하는 바람에 주민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8일 이후에만 5개 주에서 7건의 곰 습격 사건이 신고됐다고 CNN방송이 19일 전했다. 알래스카에선 사냥꾼이 곰의 습격을 받고 36시간 동안 사경을 헤매다 야간투시경을 동원한 헬기 구조대에 의해 구출됐다.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도 곰이 2명의 등산객을 공격했다. 공원관리소는 “옐로스톤 안에서 곰이 사람을 공격한 건 올 들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3주 전 콜로라도주에선 곰이 한밤중에 식당 바깥의 음식물 쓰레기통을 끌고 가는 모습이 폐쇄회로 TV에 잡히기도 했다. 플로리다주에선 2m가 넘는 회색곰이 철망을 뜯고 가정집 거실까지 들어가 소파 옆에서 낮잠을 자다 집주인에게 발견돼 911구조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신고를 한 집주인 앨리스 맥도너는 “동물원에서나 구경하던 거대한 곰이 내 집 거실에서 자고 있을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곰이 민가에 자주 출몰하는 건 사람의 음식에 갈수록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힘들게 사냥하기보단 민가의 쓰레기통이나 식당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뉴욕=정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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