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서울대교|장일성<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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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영등포와 마포를 잇는 서울대교가 개통된 지난 16일 나는 다리 개통식 구경을 나갔었다.
한강에서 제일 길다는 이 다리로 수많은 마포 강변 사람들이 구경나와 웃음을 지으며 지나다니는 것을 보고 마포강변에도 이런 기적 같은 일이 생길 날이 있었던 가고 생각했다.
한강에 세워진 제1, 제2, 제3 한강교 등 4개의 다른 다리보다 길다고 해서, 또는 거대한 다리공사가 우리 기술진에 의해 이륙됐다는 점에서가 아니라 나룻배로 마포에서 영등포를 다니던 일을 생각하면 마포강변 사람에게는 분명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다리가 놓이기 전 마포강변 주민들은 눈앞에 영등포를 바라보면서도 제2한강교로 돌아다니든지, 나룻배로 지금은 없어진 방섬을 지나다니는 불편을 겪어왔고 도심지 주민들은 마포강변이라면 새우젓 장사라고 비웃어 주었던 것이다. 옛날 소금배, 해산물배가 한강을 거슬러 올라와 마포에 정박, 포구를 형성한 변두리였기 때문이다.
고층 건물 하나 없고 좁은 마포∼아현동 사이의 도로는 차조차 뜸해서 마치 서울 속의 시골을 연장케 했던 것이 아닌가.
서울대교 개통을 앞두고 다리 입구에 하나 둘 고층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개통 후 마포∼아현동 길은 차량이 붐벼 이제는 차들이 제대로 다니기에 너무 좁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여의도가 개발되어 하나의 도시를 이루고 먼 곳에 있다고 생각되던 영등포가 2, 3분이면 다닐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니 한강변의 기적이 서울 대교 개통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슴이 벅차 오른다.
서울시는 서울 대교에 이어 제6, 제7한강교도 세우기로 위치까지 선정해 두었다니 대 서울발전을 위해 무척 반가운 일이다.
마포에서 태어나 자라온 나는 마포가 서울에서 가장 발전된 곳이라는 말이 들릴 때를 손꼽아 기다리며 이제는 새우젓 배가 들어오던 때를 옛날 이야기로 들려줘야 할 때가 됐다는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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