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반전 데모 10만 평온한 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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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워싱턴 10일=외신종합】지난 1주일을 『행동의 영문』으로 설정하고 전국적으로 닉슨 대통령의 캄보디아 군사개입 결정에 항의, 데모를 계속해온 미국 학생들과 청년들은 9일 미국 전역에서 10만 명 이상이 워싱턴에 모여들어 백악관 뒤뜰과 부근 공원에서 대규모의 반전 시위를 벌여 그들의 캄보디아 개입 반대와 켄트 대학생 피살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날 데모대가 몰려오기 전 백악관 주변 일대는 마치 계엄령이 내린 것 같은 철통같은 경비망이 쳐졌으며 백악관 둘레에는 경찰 차량이 앞뒤를 맞대고 이중으로 세워진 『차륜 성벽』이 구축되어 학우의 백악관돌입을 막았다.
정오부터 시작된 이날 데모에는 많은 상 하원 의원들과 정부 관리들도 참가했으며 여배우 제인·폰다와 극작가 노먼·메일러씨 등이 이들과 시위 행렬의 앞장을 서서 『지금 당장 평화를』이라는 구호를 합창하며 평온리에 백악관 앞 데모를 끝내고 떼를 지어 워싱턴 시가로 항의 행진을 했다.
백악관 당국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 4천2백 명의 경찰과 4백 명의 주 방위군을 백악관과 시내 요소 요소에 배치했다.
전날 밤 기자회견 뒤 뜬눈으로 밤을 새운 리처드·닉슨 미 대통령은 9일 새벽 수행원 4명을 대동하고 링컨 기념관에 서성거리고 있던 장발의 청년 50명을 불시에 방문, 35분간 이들과 면담했다.
닉슨 대통령은 이날 새벽 5시 수명의 경호원과 함께 이 기념관에 차를 타고 와서 캄보디아 진격에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여러분의 의사를 충심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상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백악관의 데모에 호응하여 이날 미국 각 지에서 산발적인 데모가 벌어졌으며 전국적인 데모 참가인원은 30여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날 전국적으로 체포된 데모 대원은 2천3백 명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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