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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으로 풀어보는 관절질환] 노인성 척추 골절, 골시멘트 주사하면 쉽게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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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에 사는 김모(75) 할머니는 골다공증이 있어 행동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하지만 6개월 전 욕실에서 살짝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그 뒤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 인근 병원을 찾았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검사 결과 요추 3번에 골다공증성 압박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선 움직이지 말고 누워 계시면 낫는다는 처방을 내렸다. 할머니는 의사의 권유대로 한 달 동안 침대에 꼼짝하지 않고 누워 있었다.

하지만 통증은 더욱 심해져 몸을 일으키기 힘들 정도가 됐다. 그뒤 X선 검사를 받았지만 골절 부위에는 더 이상 문제가 없다는 얘기만을 들었다. 나이가 들어 아픈 것이니 참고 살라는 것이었다. 가족 역시 심리적인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더욱 힘들게 했다. 다행히 친지 소개로 본원을 찾은 김 할머니는 “모든 통증에는 원인이 있다”는 의사의 말을 믿고 정밀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골절을 당한 부위와는 전혀 다른 곳인 흉추 12번에 골절이 다시 생긴 것이 발견됐다. 할머니는 척추골성형술을 받고 건강하게 퇴원했다.

여성은 폐경기가 지나면 골밀도가 급격히 줄어 75세 이상이면 대부분 골다공증으로 접어든다. 미국골다공증협회의 보고에 따르면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압박골절이나 허리 굽음증은 75세 이상 인구의 25%, 85세 이상에선 50%에 달한다.

골절은 주로 등과 허리에서 다발한다. 골다공증이 심하면 심한 기침이나 돌부리에 발이 걸려 약간 삐끗해도 쉽게 척추압박 골절이 일어난다. 아주 미세한 골절은 X선상은 물론 MRI에도 초기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김 할머니처럼 초기 척추골절 이후 타 부위에 골절이 생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골절이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최소 2주간 누워 안정을 취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 경우, 장기간 움직이지 않아 골다공증이 더욱 심해지고, 심장질환이나 고혈압과 같은 지병이 악화하는 사례도 흔하다.

통증이 있을 때 X선 검사를 해도 처음 골절이 일어난 부위에선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환자들은 매우 답답해한다. 게다가 가족은 노인이 꾀병으로 관심을 끌려 한다고 생각해 환자를 더욱 고통스럽게 한다. 따라서 척추 압박골절 환자는 안정상태로 1∼2주가 지나도 계속 통증이 심하면 추가 MRI검사를 받아야 한다. 새로운 부위에 골절이 생겼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는 것이 원칙이다.

일단 골절이 일어나면 척추골성형술이라는 주사요법으로 간단히 치료할 수 있다. 척추골성형술은 노인성 척추 압박골절 환자에게 사용하는 비수술적 요법이다. 통증을 유발하는 골절 부위에 2∼3㎜의 주사기로 골시멘트라는 접착물질을 주입한다. 골시멘트는 시술 직후 굳어 골절부위를 단단하게 고정시킨다. 시술 시간도 5∼10분 소요되며, 1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면 걸어서 귀가할 수 있다.

김재훈 정형외과전문의·제일정형외과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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