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가구에 국기달아준 모범소년|추계국민교 6년 도승렬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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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버스」차비를 아끼고 모아 통학길목의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아준 기특한 어린애가 어린이날인 5일 경찰의 표창을 받았다. 이 어린이는 서울 추계국민학교 6학년2반 도승렬군(11).
지난 1월초 마포구 신공덕동41의3 김금단씨(55)집에 웬 꼬마가 느닷없이 대문을 두드리고 가로 70cm, 세로 50cm의 태극기와 깃봉을 불쑥 들이밀고 달아났다.『이것 달으세요』한마디해 놓고는 그대로 달아나 버려 이상한 아이도 다 있다고 생각한 김씨는 그 뒤 별다른 소문이 없자 꼬마 일을 까맣게 잊어 버렸다. 그러던중 지난2일 하오4시쯤 아현동 시장에 갔다오던길에 우연히 또 태극기를 주고 나오던 꼬마와 마주쳤다.『「버스」를 안타고 돈을 모아두었다가 태극기를 안 다는 집에 하나씩 사다 드린다』는 풀이었다.
김씨는 그 길로 경찰에 찾아가 이 기특한 일을 알리고 표창을 부탁했다.『과자나 사먹을 나이에 이렇게 기특할 수 있습니까. 지난 3·1절부터는 이 아이가 갖다준 국기를 꼭 달지요.』알고보니 그동안 도군이 태극기를 달아준 집은 신공덕동·회현동 일대에 50여집이나 됐다. 1학년때부터「스쿨·버스」로 통학하던 도군이「버스」를 안타고 걸어다니기 시작한 것은 4학년인 68년 7월부터.
그해 9월 할아버지 도상길씨(63) 회갑잔치때 선물을 사드리자는 꿍꿍이에서였다.
두 달동안「버스」차비를 모은 것이 1천2백원, 이 돈으로 잔치때 잠옷을 사드렸다.
다리도 더 튼튼해지고 칭찬까지 듣게되자 도군은 5학년이 되면서 아예 걸어다니기로 결심했다.
신공덕동8의3 집에서 학교까지 4km.「버스」로 다닐 때보다 30분만 일찍 일어나면 됐다. 차비는 꼬박 꼬박 중소기업은행 아현동 예금취급소에 저금식구들의 생일이 되면「브로치」 「커프스·버튼」,「샤아프」연필, 과자등을 선물해 왔다.
도군은 학교에 걸어가던 길에 국경일이 돼도 국기를 안다는 집이 많은 것을 발견, 이중 허술한 집을 골라 태극기를 사서 달아주기로 목표를 바꾸고 1일 한집씩 태극기를 사다준 것이다.
한양기계공업사를 경영하는 도춘성씨(41)의 2남인 승렬군은 태귄도 초단이기도해서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친 일로 지난 4·19때 문교부장관 표창도 받은 꼬마사범이며 학교성적도 1, 2등을 다투는 모범어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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