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인비 상승세? 저도 만만치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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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영이 16일 넵스마스터피스 2라운드 4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뒤 밝게 웃고 있다. [홍천=뉴스1]

“로켓처럼 치고 나가야죠. 하하.”

 올 시즌 한국 자매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9승을 거뒀다. 2009년 세웠던 역대 최다승(12승) 기록도 넘어설 태세다. 시즌 6승을 거둔 세계랭킹 1위 박인비(25·KB금융그룹)가 중심에 있지만 최근 성적을 따지면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이 더 낫다. 박희영은 지난달 15일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에서 우승했다. 이어 지난 5일 막을 내린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리코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선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박희영의 별명은 ‘로켓’이다. 한 번 감을 잡으면 무섭게 몰아치기 때문이다. 박희영은 “골프는 단순한 운동이다. 클럽을 빼는 순간 모든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목표만 보고 정확하게 임팩트하는 데 집중해야 좋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희영이 3년4개월 만에 출전한 국내 투어에서도 ‘로켓 샷’을 날렸다. 16일 강원도 홍천 힐드로사이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넵스마스터피스 2라운드. 박희영은 2타를 줄이며 중간 합계 2언더파 공동 12위에 올랐다.

 박희영은 브리티시 여자오픈 뒤 9일 동안 연습을 하지 못했다. 8개월 만에 귀국한 탓에 팬 사인회와 골프 클리닉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번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딱 하루 연습 라운드를 했을 뿐이다. 그러나 첫날 몸 풀듯 가볍게 이븐파를 쳤고, 둘째 날에는 2언더파를 기록했다. 단독 선두에 오른 주은혜(25·한화)와 불과 4타 차다.

 박희영은 “2008년 미국에 진출했을 때는 하루 10시간 넘게 훈련했다. 그러나 이제는 연습 시간이 길지 않다. 스윙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연습에 매달리는 것 같다”며 “2009년 혼다 타일랜드 때는 장염에 걸려 전혀 연습을 못했지만 코스레코드(8언더파)를 세웠다. 훈련보다 중요한 건 내 샷에 대한 믿음”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박희영은 그 믿음을 바탕으로 정점에 서 있다. 박희영은 “올 초 스윙 코치(션 호건)를 바꿨고, 아이언 샤프트를 그라파이트로 교체하면서 샷이 더 좋아졌다.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자신이 있었다”며 “17년 동안 해 온 스윙은 어디 가지 않더라”고 말했다.

 심리적인 여유와 긍정적인 마인드는 박희영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하지 말아야지’라는 말을 자주 했다. 하지만 미국 진출 4년 만에 첫 우승(CME 타이틀홀더스)을 하고 다시 1년8개월 만에 2승을 하면서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 어떤 훌륭한 스승이나 레슨보다 마음가짐이 큰 보약이 됐다”고 말했다.

 박희영은 남은 시즌 대회에서 로켓 같은 폭발력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3라운드에서 10언더파를 몰아쳤던 박희영은 “올해 (박)인비의 상승세가 무섭지만 지금은 내 컨디션도 만만치 않다”며 “오랜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만큼 이번 대회에서 화끈한 팬 서비스를 하고 싶다. 그리고 9월 열리는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싶다”고 웃었다. J골프에서 대회 3, 4라운드를 17~18일 낮 12시30분부터 생중계한다.

홍천=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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