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축구 낙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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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마닐라=노진호특파원】한국 선수들이 무더위에 고생하는 모습은 외국 선수들에게도 동정을 사고 있는 듯.
이곳은 건조기에 접어들어 낮의 기온이 33도, 밤의 기온이 25도 밖에 내려가지 않는데 그 더위가 도서 지방의 습기 찬 것이라 우리 선수들이 더위에 허덕이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깝다.
그래서 선수들은 낮에는 꼼짝도 않고 호텔에 파묻혀 있는 실정인데 마닐라의 택시운전사들이 외국인에 대한 횡포가 심하다는 풍문이 더욱 우리 선수들을 자극시키고 있어 경기나 연습을 위해 경기장을 나가는 일 이외는 문자 그대로 두문부출.
이같이 호텔에 갇혀 있자니 각 팀의 탐색전이나 개회식 때의 입장식에 관한 얘기가 하루의 일과.
우리 선수단도 그렇지만 특히 미얀마 이스라엘 이란 등이 한국 선수들에게 펴는 경계와 탐색의 눈초리는 비상할 정도. 그들은 한·태전에서 다친 이차만 선수를 문병하는 체 방문하면서도 앞으로 그의 출전 여부를 체크하는가 하면 그날 그날의 스타팅·멤버가 누가 될 것이냐고 탐문하기에 바쁜 실정이며 경기장에서는 우리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파악하느라 혈안이 되고 있다.
이런 냉전 속에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입장식 때 어느 나라 선수단의 피키트·걸(각국 표지판을 드는 여자)이 멋있었느냐는 얘기.
지난 15일의 입장식 때는 각국 고유의 의상을 입은 필리핀의 여고생들이 피키트·걸로 등장했는데 예쁘기는 한국 선수단의 에반제리아양(오브스터여고 2년생)이 으뜸이었지만 의상에는 낙제점이었다는 것이 중론. 에반제리아양은 핑크색 한복으로 한껏 모양을 냈는데 주최측이 우리의 한복 차림새를 몰라 치마는 무릎이 보이는 미니·스타일이었고 옷고름도 달줄 몰라 꽃송이로 대신해서 우리 선수들을 웃겼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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