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의 모임 70년대 한국종교인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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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70년대 한국종교인의 자세를 주제로 한 한국종교협의회주최 종교인의 모임이 11일 하오 동국대교수실에서 열렸다. 개회인사를 한 회장 최월산 스님(불교조계종총무원장)이나 주제발표자 현영학 교수(이대·신학), 신상초씨(중앙일보논설위원), 이정식 교수(동국대·정치학)의 주장들은 종파를 초월한 전진의 방향에서 하나로 결집, 이해와 우의의 바탕을 이룩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현영학 교수는 케네드·불딩 교수가 60년 이후를 『문명이후의 시대』라고 불렀음을 상기하면서 60년대에 팽창한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류의 사회조직, 생활양식, 사고방식 등을 혁명적인 깊이와 속도로 변화시킴으로써 인류는 일찌기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시대를 맞게됐기 때문에 『이 시대에 사는 한국의 종교인도 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력을 통해 생산의 혁명을 가져오고, 전파 미디어를 통해 매스컴의 혁명이 이루어졌고, 성의 혁명을 이룩한 이 시대에 있어서 과학의 힘으로 물리적 거리를 단축시켜 달까지 다녀오면서도 판문점의 철책, 베를린의 장벽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지적한 신상초씨는 『증악감을 말살 못하고 적대의식을 견지하는 시대에 대체의 기준설정도 없이 전통적 가치체계가 무너지는 현대문명의 몰락증상 속에 종교가 살아 남을 수 있는가』를 먼저 묻는다.
그는 특히 오늘의 시점을 유심론과 유물론의 결전의 시대라고 진단, 『이런 때 종교는 어디까지나 현실 속의 종교임을 인식하고 종교인은 각자의 신앙을 토대로 인간개조, 사회개조, 국가개조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70년대의 통일을 둘러싼 남북대립에 있어서 공산주의 무신론파의 대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성직자건 평신도건 도덕면에서 사표가 돼야할 것이라고 말하고 『일반생활의 면에서 종교인의 무신론자와 차이가 없고, 부패했다면 혐오의 대상이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현 교수에 있어서 오늘의 종교는 형이상학적이고 관념론적인 사고에서 출발하여 귀납적으로 정리에 도달하려는 과학적인 사고로 바뀌어가야 하며, 개인영혼의 구원 등 개인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역사적·사회적 사고로, 그리고 종교보다는 실천과 행동을 앞세울 것이 요구되었다.
이정식 교수는 『종교는 원래 사회발전과정에서 내면적 인간의 발전을 통해서 사회동질성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또 한편으로 인간의 경험적 체험의 바탕을 제약, 안전을 유지하는데 기여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교수는 이러한 종교가 한국의 경우 스스로 어떤 모순과 갈등에 빠져 있음을 지적한다.
신상초씨는 이런 뜻에서 『신앙의 자유가 상대적일 때 현대사회에서의 존립의 기반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질성보다는 공동성이 강조될 때 평화공존이 있으며 넓은 뜻의 협동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종교는 또 과학시대에 맞게 비과학적인 부분, 더군다나 그것이 교리의 핵심이 아닐 때는 대담하게 버려야한다고 주장한 신씨는 『종교적 신앙형식이 시대의 발전에 적응하도록 해야 하는 일은 알렐루야가 우리 민족감정에 알맞게 표현되기 위해서는 늴리리야로 바꿀 수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러셀, 토인비가 말하듯이 『공산주의도 본질상 하나의 신앙』이라면 이데올로기의 대결시대에 우리의 종교들이 이들보다 이론·도덕 등의 면에서 우위에 서야할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때문에 70년대의 종교인은 이러한 역사적 자각을 가져야할 것이며, 행동에 있어서 뚜렷한 사명감과 책임을 지녀야 할 것이라는 것이 공통적으로 주장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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