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아파트」붕괴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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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민들이 뭐라 해도 나는 할말이 없습니다. 유족들이 멱살을 쥐고 뺨을 갈긴다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이것은 8일 새벽에 일어난 와우지구 시민「아파트」 붕괴사건에 대하여 김현옥 서울시장이 「피와 눈물어린 애정」으로 시민에게 사과한 말의 한 귀절이다.
박 대통령도 이번 참사를 보고 받고, 만반의 수습책을 지시하면서『위험 「아파트」는 모두 헐어 버리라』고 까지 강력히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정치적·행정적 책임을 느끼고, 이미 인책의 의사를 표시한 것은 이 시점에서 격앙되고 분노에 찬 민심의 수습을 위해 당연하면서도 장한 일이라 할 것이며, 와우지구 아니라도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여러 도시에 이미 건축되었거나 건축도상에 있는 모든 날림 구조물에 대하여 그 위험을 「카무플라지」하기 위한 땜질 보수공사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그 전면철거를 바라는 국민여론을 박 대통령은 정통으로 꿰뚫어 위험 「아파트」는 모두 헐어버리라는 노기 띤 표현을 한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참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한마디로 인명 경시와 인간 부재의 행정이 빚은 당연한 결과였음을 인식하는 데서부터 당면한 수습책과 앞으로의 모든 건축·건설행정의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일 것이다.
5층의 시민 「아파트」 1동을 업자에게 시공시키는 비용이 1천 2백만원으로서 평당 건축비가 1만원 미달이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고 말문이 막힐 노릇이다. 위험하기 짝이 없는 산비탈에 5층 건물을 짓는데 이 정도의 미미한 공사비를 책정했었다면 그것은 누가 보아도 「브리핑·차트」 상의 실적 수치만을 올리기 위한 주택행정을 한 것이지, 사람이 살라고 집을 지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로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행정 실적만 과시하면 그만 이라는 사고방식은 국민 누구나가 슬퍼해야 할 개발의욕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이런 공사를 도급 맡은 업자의 양심의 문제가 또한 가차없이 추궁되어야 할 것이다. 채산도 안 맞는 이런 공사는 뒷일이 두려워서도 맡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이런 공사라면 양심도 실력도 없는 업자만이 맡을 것이며 그런 업자만이 여기서 또 소위 날림 공사를 용감하게 해치우고 돈을 벌려고 덤빌 것은 처음부터 뻔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개발 의욕의 그늘에 잠재된 이러한 인간 부재·국민 부재의 사고의 만연을 이번 기회에 뿌리뽑는 일이야말로 실로 이번 참사를 계기로 책임 있는 지도층 인사들이 취해야할 태도임을 우리는 강조하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예산이 없거나 혹은 처음부터 무리한 예산을 책정해 놓고 이러한 바탕 위에 실적만을 올려 보겠다는 이른바 「불도저」 행정은 이제 양기 되어야 할 단계에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와우 「아파트」의 경우에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은 ①무리한 예산 ②실력 없는 업자에게도 도급을 준 점 ③처음부터 날림공사가 될 것이 뻔한 공사를 영하 20도에 가까운 엄동에 강행시킨 무모 ④엉터리 준공 검사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이러한 문제점등에 내재된 핵심은 그것이 비단 이번 참사를 낸 와우 「아파트」나 서울시의 건축행정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는 점이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는 이번 참사를 통하여 희생을 당했거나 부상을 한 시민들에게 당국의 신속하고 적절한 구휼과 보상대책이 세워질 것을 촉구하는 동시에 국민 각자로부터 서도 뜨거운 동포애의 발휘를 호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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