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두살 여아 밥풀 안 버렸다고 보육교사가 밀쳐 멍들게 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전북 익산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권모(6)군은 지난 1월 4일 아사(餓死)했다. 부검 결과 배 속에는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변이 가득 차 있었다. 권군은 선천적 뇌병변장애를 앓고 있어 관장(灌腸·항문을 통한 약물 주입) 등의 치료가 필요했지만 6개월 동안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밥을 줘도 먹지 못하는 상태로 굶어 죽은 것이다. 보육원 측은 권군의 장애 사실을 알고 장애수당까지 챙기면서도 보호 의무는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원장 김모(52)씨를 구속하고 부인 황모(48)씨 등 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최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 부부는 유학생인 딸(20) 등 2명을 보육교사로 일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1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대전 서구 소재 어린이집에 다니는 김모(2)양은 지난달 8일 간식으로 나온 쇠고기죽을 먹다가 옷에 흘렸다. 보육교사 박모(30·여)씨는 “왜 흘린 밥풀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았느냐”며 김양을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박씨가 쥐고 흔든 김양의 허벅지에는 시퍼런 멍이 생겼다. 이 모습은 고스란히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됐다. 김양의 부모는 아이 사진과 전치 2주 진단서를 첨부해 대전 서부경찰서에 신고했다. 박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청은 지난 6월부터 두 달간 어린이집 등 사회복지시설 비리를 특별단속해 143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중앙일보 5월 6일자 1 , 4, 5면

 이 중 대부분은 원생과 보육교사 등을 허위로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부정수급·횡령한 경우로, 132명(92%)에 달했다. 대구 지역 어린이집 민모(38·여) 원장이 대표 사례다. 민 원장은 2009년부터 올 6월까지 영아 3명이 어린이집에 다닌 기간을 위조하는 등 보육정보통합시스템에 허위 등록했다. 이를 이용해 국고보조금 1150만원을 부당 수령했다. 민 원장 등 17명은 이런 수법으로 영아 10명과 보육교사 11명을 허위 등록해 총 7178만원을 빼돌린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보조교사 자격증 대여와 아동학대로 적발된 사람은 각각 5명(3.4%), 1명(0.6%)이었다. 직업별로는 어린이집 원장이 78명(55%)으로 과반을 넘었고 어린이집 보육교사 28명(20%), 복지시설 원장 9명(6%)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같은 기간 아파트 관리 비리를 특별단속해 회계서류 조작 등을 통해 관리비를 횡령한 11명 등 24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최현락 경찰청 수사국장은 “어린이집 및 아파트 관리 비리와 관련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 570건에 달한다”며 “비리 근절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민경원 기자

◆어린이집 국고보조금=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어린이집에 제공하는 국고보조금. 영아 한 명당 일정액을 연령별로 차등 지급한다. 0~12개월 36만1000원, 13~24개월은 17만4000원, 25~36개월은 11만5000원이다. 교사의 처우개선비는 1인당 12만원이며 담임에 한해 직접 통장으로 지급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