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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폐쇄적 기업문화로는 글로벌 성장 안 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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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현대중공업 미국 현지법인이 인종차별 문제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회사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법인에서 해고된 현지 간부로부터 당한 해당 소송에선 승소했지만, 현지고용인이 제기한 기업문화의 문제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소송에서 제기된 문제를 보면, 법인장이 “조직이 너무 늙었다” “법인의 얼굴을 미국인에서 젊은 한국인으로 바꿔놓는 게 임무”라는 등의 말을 수시로 하고 나이와 인종으로 편을 갈랐다는 것이다. 또 그는 미국 회사에선 연령과 피부색에 관한 발언을 삼가야 한다는 조언도 무시했다는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러한 소송제기자의 인종차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이 같은 사례가 있었다면 우리 기업들의 현지화 전략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는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진출 지역의 문화에 맞춰 토착화하는 현지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한국 기업과 문화 전체에 대한 반감을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낸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이번 소송이 제기된 조지아주의 경우 지난 6월 한국 자동차 부품 현지공장에서 흑인여성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한기업시위가 일어나는 등 반한감정이 불붙은 곳이다. 해당 기업은 사망 근로자의 사인을 지병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지 언론과 정치권까지 나서 노조 설립을 억제하고, 근로자의 안전과 복지를 생각하지 않는 가혹한 근무환경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식 근로조건을 강요하다 문제를 일으킨 사업장도 나타나 있으며, 지역에 대한 기여와 기부의 인색함이 지적되기도 한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생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80%, 현대차는 절반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 인력의 활용 없이는 기업 발전도 이룰 수 없다. 한국 기업들이 해외 현지인들로부터 폐쇄적 기업 문화와 인종적·문화적 편견을 계속 지적당한다면 글로벌 성장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개방적인 기업환경 조성을 위해 다시 고삐를 조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