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를 북괴로"「후꾸오까」의 위기|JAL기 납치…숨막힌 대치 5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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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경=조동오특파원】일본 동경∼복강간의 일본항공 (JAL) 여객기 납치기도사건으로 31일 상오 전 일본국민의 눈은「텔리비젼」에 쏠렸다. NHK를 비롯한 일본의 각 방송국의 TV「무비·카메라」가 31일 상오 8시부터 하오 1시56분까지 복강의 판부비행장에 급유를 핑계로 팽팽히 맞섰던 JAL기의 납치사건을 생생히 보도하자 일본의 전국민과「엑스포70」에 참관차 온 세계의 관광객들은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며 범인들의 만행에 분노를 터뜨렸다.
7시10분 동경발, 8시50분 복강에 도착할 예정이던 이 비행기에는 승무원 7명과 승객 1백31명이 타고 있었다.
이륙 5분후 비행기가「후지」(부사)산 남쪽을 비행할 무렵「젱까꾸렝」의 적군파 청년으로 보이는 괴한들이 조종실에 들어가 석전신이 기장에게 일본도를 들이대고『북한으로 가자』고 요구했다.
석전기장이『연료가 모자라 북한으로 갈수 없다』고 하자『그러면 급유한 뒤 가자』고 요구하여 8시58분에 이 비행기는 판부비행장에 착륙했다.
판부비행장에 내린 JAL기는 비행기 조종석에서 두 사람의 범인들이 기장을 협박하는 것이 지상에서 똑똑히 보이고 비행장에는 사복경찰관 l5∼16명이 비행기를 포위하고 있으나 비행기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지상에는 기동대와 육상자위대도 동원됐으며 공항비행기 근처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저격수도 대비하고 있다. 비행장에는「아리모도」(유본)복강현 경찰본부장이 직접 나와 지휘. 20분이면 끝나면 급유는 무려 4시간이상 끌고 있지만 범인들이 이륙을 독촉하고 있어서 이상더 시간을 끌 수 없는 사태에 놓여있다.
비행장에는 일본「매스컴」에서 기동력을 발휘, TV와 「라디오」중계를 하고 있다.
JAL측은 승객으로 타고 있는 6세미만의 어린이 9명과 임산부만은 내리도록 교섭, 범인들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공안당국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비행기가 이륙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11시10분 공항측은 비행장을 전면 폐쇄했다.
JAL기가 납치된 현장이「텔리비젼」으로 생생히 보도되자 이를 지켜보는 일본 사람들의 표정에는 분노가 솟았다.
11시30분 판부비행장의 관제탑은 ①승객을 밖으로 보낼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을 하라 ②급유를 조금씩하여 시간을 최대한 끌어라 ③비행기가 뜨지 못하게「타이어」바람을 빼라 ④비행기가 올 경우 일본이나 한국의 가장 가까운 비행장에 내리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조종실에 들어와 있는 범인은『왜 그리 급유가 늦느냐』고 짜증을 부리고 공항에 나와 「퍼트롤·카」와 보도차량을 철수시키라고 흥분한 어조로 말하면서 11시24분 범인은 석전기장에게 국민학교 교과서용 한반도의 지도를 넘겨주었다.
11시35분, 범인들은 석전기장에게『급유를 빨리하라』고 성화같이 독촉, 석전기장이『북한까지 가자면 4만「파운드」의 연료가 있어야 하며 이를 급유하자면 2시간은 걸린다』고 하자 범인들은 3만「파운드」만 넣으라고 호통.
범인들은 드디어 기장과의 연락은 정비상황이외에는 일체 말을 못하게 하고 있다.
지상의 정비사들이 통상적인 정비를 하고 있는사이 범인은『우리는 위험을 각오하고 있다. 정비는 그만하라』고 소리쳤다.
한편 JAL은 동경본사에 대책본부를 마련, 수습에 나서고 있는데 본부장인「사이또」(재등진)씨는 범인들에게 승객을 전부 내려주면 승무원만 타고 범인일당을 북한으로 보내주겠다고 말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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