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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가와 남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근대화의 거센 바람이 불기 시작한 후로 서울의 상징이요 애국가의 가사에도 있듯이 우리국민의 기상이 서려있는 남산은 그 고유미와 형체가 앙상하게 일그러져 가고 있다. 관광「코스」로서의 능선도로와 팔각정 그리고「케이블카」까지는 그런대로 애교로 받아들 일수 있는 건조물들이었지만 최근 두곳의 정상둘레에 퍼지고 있는 건물의 난립과 송·수신용「안테나」의 범람은 그나마도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이 산의 위엄을 정면으로 깎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용산쪽에서 본 남산은 차츰 높아져 가고 있는 건조물의 등고선으로 인해서 사실 산이라고 부르기가 민망할 정도다. 녹지대가 좁아지고 있는 반면에 탄갈색 면적은 팽창일로에 있고, 오른쪽에는 외인주택들이 산허리를 다 에워싸 버렸는가 하면 왼쪽에는 고층건물들이 마치 해발 2백60m의 정상과 키재기라도 해보겠다는 듯이 치솟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이와 정반대방향에서 본 남산인들 다를 것은 하나도 없다.
그쪽 역시 시설물의 등고선은 높을 대로 높아져서 <철갑을 두른듯한 소나무>는 간데없고 그 대신에 <철갑을 두른듯한 철근과 「콘크리트」가 산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 산의 허리를 십자로 뚫는 공사가 한창이다. 산에「터널」을 뚫는 다는 것은 인체의 경우에 비한다면 복부절개 수술을 하는것과 마찬가지이다.「터널」공사는 남산이 간직하고 있는 마지막 신비와 순결을 여지없이 침범하고 말았다.「터널」이 개통되면 폭주하는 차량의 소통을 원활히 해주는 동시에 비상시에는 대피호 구실까지 할수 있는 이중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따져봐도 납득이 잘 안되는 소리인 것 같다. 비상시에 유용한 것이라면 남산의「터널」보다는 한강의 수저「터널」이 몇 배더 필요할 것이며 서울시내의 교통소통을 원활히 한다는 면에서는 또 하나의 고식책에 불과할 것이다.
왜냐하면 서울의 교통혼잡은 지하철의 가설 없이는 어떠한 방편으로도 제대로 해결하기가 힘들게 되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본다면 차라리 조금이라도 좋으니 지하철공사에 그 막대한 자원의 일부분이라도 투입했어야 하지 않을까.
여하튼 남산은 이상 더 지금처럼 방치돼서는 안되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유서깊은 남산은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앙상하게 뼈만 남은 남산을 후손에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영원토록<철갑을 두른듯한 남산위에 저 소나무>를 읊고 있을 우리의 후손들에게 말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남산으로 하여금 이이상 더 그 천연가 일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적극적인 보전대책이 아쉽다. 마침 가지각색의「위원회」가 많이 생기고 있는 요즈음인 만큼「남산 보존위원회」라도 조직이 돼서 우리국민의 기상을 상징하는 이 영봉을 고이 간직해야 마땅할 줄로 안다.
송요인<동국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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