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에 발못맞추는 피아노업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국내생산이 본격화한지 6년밖에 안되는「피아노」업계는 작년에 30만불이상의 수출실적을 올린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 비교적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일부 부유층이 비싼외국제를 사다 놓고「사용」보다는 오히려「전시」에서 의의를 찾던 것은 이미 옛날 얘기. 악기연주가 입시과목에 포함되고 수험생들에게「레슨」을 과외지도하는 분야가 상당히 수입좋은 부업으로 발전할 만큼「피아노」는 실용화돼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천한 양악사는 아직도 악기제조업을 유치산업의 단계에 머무르게 하는 기본적인 제약조건의 하나로 지적된다.
6·25동란이후 수입부속품 조립, 혹은 완제품 수입으로 명맥을 이어온「피아노」업계는 63년 정부의 완제품 및 일부부속품(「스켈리튼」및 진동판) 수입금지 조치에 따라 국내생산을 시도하게 됐는데 당시의「메이커」는 삼익·수도·영창·정음등 4개사, 생산량은 월평균 50대 미만이었다. 그러나 월간수요량이 1천6백대로 늘어난 지금「피아노」업계에는 20여개의 대소「메이커」가 군립,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관계자의 표현을 빌면 그동안「피아노」에 대한 수요는『정말 놀라울 정도로 큰 것』이었고 확대된 시장은 각「메이커」들에 균등 배분됐다.
경쟁이 심화하면서 판매방식이 현금에서 할부로 전환됐으며 할부기간도 6개월∼12개월에서 지금은 12개월∼18개월로 연장됐다. 특히 업자들은 할부금을 직접 수금하지 않고 고객이 업자 구좌의 은행적금에 가입케 함으로써 은행에서 적금대출도 받는 운영의 묘를 기하고 있다. 대당 가격은 l7만원에서 30만원까지 여러가지인데 주로 외국부속품 사용량에 따라 차이가 생긴다.
지금까지 생산량의 약 2할이 수출되고 있으나 현재의 생산규모로서는 급증추세에 있는 국내 수요를 메우기에도 바쁜 실정.
주요 수출시장인 동남아와 미국에서는 항상 일본과 경쟁이 붙는데 우리의 싼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제조원료를 주로 일본에서 수입해야 하는 불리한 조건때문에 큰 곤란을 겪고 있다. 수입원료대 국산원료의 비율이 평균 6대4인「피아노」제조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속품은 향판(울림판)이며 이것은「알래스카」산「스프루스」목이 최고품으로 일컬어지나 수입이 쉽지 않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향판목의 적정건조기간(10년)을 지키지 않고 3∼4년 건조만으로 제조하는 경향때문에「피아노」의 질적열악성을 극복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밖에도 90여종의 부속품을 하청생산하는 과정에서 주물,「멕기」공업등 연관 산업이 낙후해 있고 숙련된 기술자의 확보가 어려워 우수한 외국제품을 따르지 못하며 특히 연주용인 「그랜드·피아노」제조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
시장판도는 연간 국내 총 생산량 2만4천대의 3분의2 이상을 앞서 지적한 4대「메이커」 가 공급하고 있으며 이들은 또한 모두 시설확장을 꾀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의 시장점거율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상하게도 국산「피아노」의 이름은 모두 독일의 고유명사로 돼있다.「메이커」들은 독일 혹은 일본의「피아노」회사와 기술제휴가 돼 있다고 선전한다. 그중에는 약간의 관련을 맺은 것도 있고 아무런 관계없이 유명한 상표만 따다 붙인 소위 해적판도 있다. 이에 대해 경제기획원 담당자는 외자도입법에 따라 계약을 체결, 외자도입 심의위의 인가를 받은후 기술자를 해외에 파견훈련시키거나 혹은 외국기술자를 고용해야 정상적인「기술 제휴」딱지를 붙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