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이 40도 … 유럽·동아시아 더위 먹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섭씨 40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중국 상하이의 주택가에서 9일(현지시간) 한 시민이 셔츠를 벗어 머리에 덮어 쓴 채 걸어가고 있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7일 오스트리아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그로센거스도르프 인근에서 재배되고 있는 해바라기들이 폭염으로 말라죽어 가고 있는 모습. [AP·로이터=뉴스1]

지구촌이 올여름 유례없는 찜통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국과 중국·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등 용광로를 방불케 하는 더위가 북반구를 휩쓸고 있다.

 일본 열도에서는 주말인 10~11일 40도를 웃도는 기록적인 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10일 야마나시(山梨)현 고후(甲府)시와 고치(高知)현 시만토(四萬十)시의 낮 최고기온이 40.7도를 기록한 데 이어 11일에도 두 곳은 각각 40.6도, 40.4도까지 수은주가 올라갔다. 두 지역의 10일 기온은 일본 관측 사상 네 번째로 높은 수치다. 또한 같은 날 일본 전역 927곳의 관측지점 중 35도를 넘어선 곳은 전체의 32%에 해당하는 295곳(11일은 294곳)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도쿄 도심의 경우 11일 최고기온이 9년 만이자 역대 5위 기록인 38.3도까지 상승한 데 이어 밤 늦게까지 수은주가 30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초열대야가 계속됐다. 최저기온도 30.9도나 됐다. 지난 주말 이틀 동안에만 일본에서는 폭염으로 4명이 사망하고, 병원으로 실려간 사람 수도 3000명을 넘었다.

 중국도 불볕더위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상하이 일대의 지난주 최고기온은 43도였으며 동부의 저장(浙江)성 기온은 42도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저장성에서는 이달에만 일사병 환자가 2000명 이상 발생했으며 15명이 숨졌다. 중국 기상 당국은 “지난 8일에는 중국 전역의 112개 국가기상관측센터 중 94곳에서 올 들어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며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7억 명이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 북동부 니더외스터라이히주의 바트 도이치 알텐부르크 지역의 수은주는 8일 40.5도까지 치솟았다. 오스트리아 당국이 기온 측정을 시작한 185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수도인 빈도 같은 날 39.5도까지 올라가 1957년 7월에 기록한 38.9도를 경신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같은 날 최고기온이 37도에 달해 역대 최고인 37.1도(1904년)에 육박했다. 슬로베니아도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도인 류블랴나에서는 40.2도까지 올라가 이전 기록인 38도(1935년)를 깼고, 헝가리 부다페스트도 39.4도로 신기록을 세웠다. 독일의 지난 7월 평균 기온은 역대 여섯 번째로 높았으며 영국과 프랑스 지난달 평균 기온이 사상 두 번째였다. 기상학자들은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무더위는 사하라 사막의 더운 공기가 남서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경우 다음 주부터 불볕더위가 한풀 꺾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은 찜통더위 계속=11일 남부지방에는 전남 광양의 낮 최고기온이 38.6도까지 올라간 것을 비롯해 전주 37.7도, 경주 37.2도, 창원 37.1도, 대구 36.7도, 서울 33.2도 등을 기록했다. 앞선 10일 울산공항이 위치한 울산 송정동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40.3도까지 치솟았다. 송정동의 경우 기상청의 공식 측정지점이 아니어서 공식 자료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국내에서 공식 측정된 최고기온은 42년 8월 1일 대구에서 측정된 40도다. 10일 경남 김해시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9.2도를 기록했다. 국내 공식 관측 기록으로 기온이 39도를 넘어선 것은 95년 8월 14일 대구에서 39.2도를 기록한 이후에는 18년 만이다.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은 “18일까지 전국에 비 소식이 없고 무더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서울=강찬수·최익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