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결혼|이스라엘『키부츠』사회의 자유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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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배우자 선택과 결혼이 가장 실질적으로 간소하게 이루어지며 형식적 절차와 의식이 수반되지 않는 경우의 예를「키부츠」사회에서 볼 수 있다. 「키부츠」라 하면「이스라엘」에 있는 협동촌이다. 여기서는 여러가족(50쌍에서 l백쌍이 훨씬 넘는 부부를 중심으로 한)들이 생산과 소비생활을 공동으로 영위한다. 이들의 주요산업은 농업으로서 대규모의 공동농장을 지니고 축산·과수·채소 및 곡물 재배등의 농사를 분업으로 해나간다.
농업이 중심이기는 하지만 각종의 생산공업을 병행해서 경영하여 공장노동자 또는 경영자로서 종사하는 부락민들도 있다.
이렇게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는 한편, 의식주를 위한 공동소비생활과 자녀들을 위한 공동양육 및 교육에 성인부락민들, 특히 여자들이 분담해서 종사한다.
식사는 하루세끼 일정한 시간에 공동취사장에서 마련한 음식을 대식당에 모여 함께 먹는다. 상보기와 뒷설겆이등의 일은 몇사람씩 당번을 짜서 교대로 처리한다. 의복의 세탁, 다림질, 바느질등의 일도 주로 여자들이 맡는다. 이것이 농사나 공장일 대신 그들의 주업이 된다.
이 속에서의 친부모 자녀간의 가족생활이란 극히 제한된다. 부부들은 그들만을 위한 작은 「아파트」에 거처하면서 낮에는 제각기 맡은 일에 종사하며 저녁시간만을 함께 보낼 수 있다.
자녀들은 그들끼리 따로 두고 공동으로 양육하며 교육한다. 출생후부터 영아실에서 딴 아이들과 함께 소앗과 전문간호원에 의해서 자란다. 어머니가 1∼2개월동안 노동일을 중단하고 간호원과 같이 아기를 돌볼수 있다. 한살 두살 나이 먹는 대로 같은 연령층의 아이들끼리 한집에 두고 보모들이 전문적으로 돌본다.
부모들은 하루의 노동시간이 끝난다음 저녁때가 되면 그들의 자녀들을「아파트」로 데려가서 논다. 저녁잠 잘시간이 되면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다 주며 부모들은「아파트」로 되돌아 간다.
이러한 공동부락 사회에서의 배우자 선택과 결혼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이 부락사회에서의 이성관계는 극히 자유롭다. 혈연관계가 아닌 젊은이들은 마치 친형제자매처럼 같은 숙소에서 지내며 공부한다. 어떤「키부츠」에서는 중학교 2학년정도까지 아이들을 각방에 고루넣어 거처하게 한다. 어떤「키부츤」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남자, 여자 각각 둘씩 한방에 네 사람씩 같이 있게 한다. 작은 부락속에서 대가족처럼 지내는 젊은이들을 남녀별로 격리시켜 생활하게 한다면 오히려 호기심에서 오는 긴장감과 부자연스런 관계를 조장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취한 조치라 한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친형제 자매처럼 친숙해져서 이성으로서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극히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애하는 경우가 드물다. 결혼도 같은「키부츠」의 동료들 사이에서 맺어지는 경우가 다른「키부츠」나 도시에 사는 젊은이들과의 경우보다 적다는 것이다.
젊은 남녀가 고등학교를 마치면 그 사회는 남녀 모두 군대복무의 의무를 치러야 한다. 군에서 제대한후 대부분의「키부츠」출신들은 그들의 고향이며 본가인「키부츠」로 돌아와서 성년회원으로 가입한다. 이 때부터는 타인과 합숙하는 기숙사를 떠나서 독신자「아파트」를 차지한다. 독신으로 있는동안 군대에서 사귀게된 이성친구나 같은 부락 또는 이웃부락에 사는 이성친구들중에서 배우자를 선택한다.
두 남녀사이에 뜻이 맞아 결혼을 결정하면 이들은「아파트」관리위원에게 부부를 위한 거처를 청구한다.
이들에게 그 숙소가 허락되면 그곳에 옮겨가서 살며 결혼생활이 시작된다.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 부모의 주선이나 동의가 필요 없다. 약혼의 형식이나 절차도 없다.「다이아」반지의 예물교환도 없다. 결혼에 따르는 낭만적 의식이나 형식절차가 필요치 않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이성의「친구」를 만나는 것에 불과하다. 백년해로의 가약이나 죽기까지 정절을 바친다는식의 관념이 없다. 그러므로 이 사회에서는 이혼도 자유롭고 재혼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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