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걷는 세금 2조4900억이라지만 … 실제론 4년간 8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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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법 개정안에 따라 국민이 2017년까지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8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올해 세법 개정에 따른 세수 효과로 밝힌 2조4900억원의 세 배가량이다.

 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개정안이 확정될 경우 국민이 내년에 더 내는 세금은 4300억원이다. 2015년엔 2조5500억원, 2016년엔 2조6000억원, 2017년엔 2조5900억원을 지금보다 더 내야 한다. 박근혜정부 임기 동안 늘어나는 세금이 모두 8조17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비해 정부는 세수 효과를 ‘전년 대비 증감’ 방식으로 계산했다. 정부 발표 자료에서 세수는 2014년 4300억원이 늘어나고 2015년에는 2조1200억원, 2016년에는 500억원 늘어나지만 2017년에는 1000억원, 2018년 이후에는 100억원이 오히려 줄어든다. 전년보다 늘거나 줄어드는 금액만 합산했기 때문이다. 이를 합친 세수 효과가 총 2조4900억원이다. 정부가 세부담을 축소해 발표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 체감과는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봉 5000만~6000만원 근로자가 이번 세법 개정으로 2014년부터 16만원의 세금을 더 낸다면 2017년까지 4년간 더 내는 금액은 64만원이다. 같은 상황을 정부 셈법으로 보면 2014년에만 16만원 오르고 이후엔 인상된 게 없으니 세수 증가분이 16만원이다.

 ‘왜 근로소득세만 건드리느냐’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대기업이나 자산가는 놔두고 유리지갑인 월급쟁이 주머니만 건드린다는 불만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에 대해 “근로소득자의 주머니만 턴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고소득자와 대기업의 경우 세부담이 약 3조원 늘어나게 되는 반면 서민과 중산층·중소기업은 세부담이 6200억원 줄어든다. 전체 근로자의 72%는 세부담이 오히려 줄어든다고도 설명한다. 하지만 상위 28%에 해당하는 연소득 3450만원 이상 근로자의 세부담은 다소 증가한다. 특히 연봉 6000만~7000만원 근로자의 경우는 평균 세부담이 연 16만원 늘어난다. 정부는 부자(상위계층)로부터 더 많이 거둔 세수를 저소득 계층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논리를 편다. 하지만 상당수 납세자는 ‘연소득 3450만원 이상이 고소득자’라는 데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상위 28% ‘부자’에 해당하는 도시의 40~50대 월급쟁이는 안 그래도 치솟는 전셋값과 무거운 교육비 부담에 시달리는 중이다.

 ‘재벌 퍼주기와 자영업자 쥐어짜기’가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정부는 ‘대기업의 경우에도 연구개발 과 설비투자 등에 적용되는 비과세·감면 정비로 세부담이 약 1조원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세부담의 구분으로 볼 때 55%가 기업, 39.4%가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수치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은 근로소득세 부분만 건드렸을 뿐 법인세와 금융거래세 등 전반적인 세제 개편에 필요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렵다. 자영업자의 경우에도 “그동안 과도하게 지원받았던 부분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는 억지 논리를 폈다. 농민의 경우에도 연 수입금액 10억원 이상의 고소득 농민에 대해 일부 과세하는 것이다.

세종=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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