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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반발 확산 … 여야 모두 "손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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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인 9일 새누리당은 수정 불가피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원안 통과 저지를 선언했다. 세제개편안에 대한 중산층, 특히 월급쟁이들의 반발이 예상외로 커지자 여야 모두 전날보다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에 따라 정부의 개편안은 국회 처리 과정에서 손질될 공산이 커졌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유리지갑’ 중간소득층과 샐러리맨의 세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필요할 경우 입법 과정에서 수정 보완하겠다”(민현주 대변인)던 입장에서 ‘수정하겠다’로 한 발 더 나간 것이다. 최 원내대표는 “고소득층에 유리했던 소득공제방식을 세액공제방식으로 전환해 형평성을 높이고, 서민 계층의 세 부담을 줄여 소득재분배 효과까지 낸 것은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개편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중간소득자 세 부담을 꼼꼼하게 분석해 한꺼번에 세 부담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심의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원장인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도 “야당에서 중산층 세금 폭탄이라 주장하는 것은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면서도 “세법 심의 과정에서 행여라도 중산층 봉급생활자들의 세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꼼꼼하게 따지겠다”고 약속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오전 원내대책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뒤 ‘저소득층 자녀 장려 공제 등 획기적인 부분들은 묻히고 소득 3000만~7000만원대의 공제 축소만 부각됐다’는 등 정부의 홍보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선 전날보다 비난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서울광장 천막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세법 개정안은 대기업·부유층은 그대로 놔둔 채 월급쟁이의 호주머니만 털겠다는 것으로 붕괴되는 중산층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이어 “박근혜정부가 민주주의 역행에 이어 민생 역행의 길로 뒷걸음치고 있다”고 했다. “중산층과 서민의 당인 민주당은 결코 이대로 세법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준비해온 투명 유리지갑을 꺼내 들어 털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선보인 뒤 “박근혜정부가 이렇게 탈탈 털겠다는 것”이라며 “세제개편안은 월급쟁이·자영업자·농민에 대한 가렴주구식 세금 폭탄”이라 고 공격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도 “과표기준 1억5000만원(연봉 2억원 이상)을 초과하는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세율 38%를 적용하면 중산층에 대한 세금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며 “그런데도 돈을 걷기 쉬운 월급쟁이에게만 세금이 과중되는 세제를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내부에선 “이건 중산층과 전면전을 선포한 것”(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이라거나 “(차에 대한 과세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미국의 독립전쟁을 정부가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최원식 전략기획위원장)는 발언까지 나왔다.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민주주의 수호와 국정원 개혁을 위해 천막을 쳤지만 중산층과 서민을 지키는 데는 만리장성을 쌓고 싸우겠다”고 했다.

채병건·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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