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성 부담 덜어줄 여성능력의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다음은 미국의 인류학자 「마거리트·미드」여사가 한국 여학사협회 창립 20주년기념 책자를 위해 기고한 논문 「70년대의 여성」을 간추린 것이다.<편집자 주>
오늘날 어떤 지점에서 여성이 움직여도 곧 전세계 여성에게 그 영향이 미치고 전세계 여성의 공동 관심사가 된다.
「아시아」의 여성이 무엇을 했고 무엇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프리카」에서 인용되고, 「스위스」여성의 투표권 유무를 남미에서 궁금해한다. 특히 미국이나 소련에서는 관습적인 행위까지도 세계 다른 지방에는 영향을 미치고있다.
지구를 진동시킬만한 대 사건이나 새로운 발견보다도, 국가와 종교 관계자가 피임법을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 하는 문제가 여성의 지위나 역할에 미치는 영향이 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가족계획에 의해 모든 사회는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들이 하나의 인간으로서 자신을 계발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수녀나 노처녀가 아니고는 여성이 개성을 나타낼 수가 없었다. 이것은 또한 보다 많은 남성들이 대가족 부양에 필요한 짐을 벗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남녀를 막론하고 학교 교육을 받았거나 특수한 재질을 가진 사람들이 이제는 한갓 평범한 부모로서 사회에 공헌할 것인가, 또는 자기가 가진 재질을 통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부문에 공헌 할 것 인가하는 선택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한 여성이 보다 넓은 세계에서 한 인간으로 봉사하기를 원할 때 반드시 미혼으로 있어야만 한다고 요구하는 사회제도도 필요없게 될 것이다. 여성이 대학에 들어가거나 전문직을 가질 기회는 본질적으로 늘어갈 것이며 여학생들은 여성교양에 국한되지 않고 한 인간으로서의 재질을 계발 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될 것이다.
자녀를 아예 갖지 않기로 하거나 한두명만 갖기로 결정한 여성에게는 또 한가지 선택할 것이 남아있다.
즉 여성 특유의 성적차이를 그대로 추종하기로 하는 것과, 나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인간인데 우연히 그 중의 여성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둘 중의 선택이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1970년대에는 세계 각처의 여성의 생애에, 그리고 더 나아가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거 50만년동안 가정과 자녀를 보살피며 터득한 기꺼이 행하는 마음가짐으로 여성들이 인류를 위해 지구상의 살림의 짐을 지기만 한다면 그들이야말로 평생토록 인간의 존엄성과 인생의 의의를 찾고 남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노년에 자녀가 다 자라 집을 떠나고 홀로 우두커니 주저앉아 있는 일이 그들에게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의 문제들이란 자녀들처럼 다 자란 후 집을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는 일찍이 인류가 맛보지 못했던 가장살기 어려운 시대가 될 것이다. 세계 방방곡곡에서 일어나는 그날 그날의 사실들을 알고 지내야 하는 부담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일 이런 어려움을 과소평가 한다면 제구실을 하지 못한 인간이라고 자신을 탓하게 될 것이고 과대평가 한다면 절망에 빠지고 말 것이다 .
우리의 과제는 이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적절하게 조절해서 난 문제를 다루어가며 그러는 가운데 새로운 노력을 할 수 있게 어느 힘의 자극을 받는 일이다. 여기에서 대학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