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털갈이 마친 표범 춘정에 겨운 포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흥-』
따뜻한 햇볕을 쬐며 낮잠을 즐기던 표범이 벽력같이 포효한다.
지저귀던 새들, 재롱을 떨던 원숭이들, 온갖 동물이 주춤- 새들은 깃을 도사리고 짐승들은 잠시 숨을 죽인다. 입을 쩍 벌리고 크케 노호한 표범은 봄이 지루하다는 듯 앞발로 마구 땅을 파헤친다.
푸른 초원, 우거진 숲속을 달리고 싶다는 울음일까, 춘곤이 무료하다는 포효일까-.
짐승들은 털갈이하는 것으로 봄을 느낀다. 겨울동안 추위를 막아 준 묵은 털은 햇볕이 따뜻해지면 자연히 빠지기 시작하고 새털이 나온다. 새털이 나는 것은 옷을 갈아입는 것 같이 산뜻한 기분. 옷을 갈아입은 표범은 춘곤 속에서 애틋한 춘정에 사로잡힌다. 어흥-. 또 한번운다. 짝을 부르는 봄의 소리다.

<글. 사진 이해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