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구·경북 벼락경보 … 200분간 1만4374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6일 대구에서 번개가 치는 모습. 이날 대구·경북에는 1만4374번 벼락이 떨어졌다. 그림은 6일 오후 4~5시 사이 낙뢰 현황. 빨간색은 4시50분~5시 등 시간대별로 색을 바꿔 낙뢰 지점을 나타냈다. [사진 매일신문]

찜통 더위에 시달리던 대구·경북 지역에 이번엔 벼락이 몰아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4시50분부터 8시10분까지 3시간20분 동안 대구·경북 지역에는 시간당 40~50㎜ 폭우와 함께 1만4374회 낙뢰가 쳤다. 초당 약 80번에 해당하는 횟수다. 지난 한 해 동안 이 지역에 떨어진 2만754회의 70%에 해당하는 벼락이 3시간20분 만에 발생한 것이다. 비슷한 시각 경북과 잇닿은 충북에서도 6674회 벼락이 떨어졌다. 이 같은 낙뢰 횟수와 장소는 기상청이 서해 백령도와 인천 등 전국 7곳에 설치된 낙뢰 감지 레이더를 통해 파악한 것이다.

 낙뢰로 인한 화재도 잇따랐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인된 것만 20건이다. 벼락이 치면서 불똥이 튀어 주택·상가·전신주와 주유소에서까지 작은 불이 났다. 이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대구 팔공산의 한 방송사 송신장비 또한 벼락을 맞아 이날 오후 5시부터 1시간가량 대구 시내 전역에서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대구·경북에 벼락이 집중된 이유는 한동안 계속된 찜통더위 때문이다. 대구는 지난달에 31일 가운데 24일이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일이었다. 그러면서 강과 저수지 등의 물이 잔뜩 증발했다. 이런 수증기는 지상 10㎞까지 상승해 얼어붙는 과정에서 전기를 발생시킨다. 대구기상대 허성일 예보관은 “수증기와 만난 차가운 구름이 한가득 전기를 머금게 됐고, 이게 지면으로 내려치면서 벼락 사태가 일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경북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인근 지역으로 퍼지면서 충북에서도 벼락이 몰아치게 됐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대구·경북에 벼락이 잦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증기로 인한 낙뢰를 만들 정도의 무더위가 이달 중순까지 계속될 예정이어서다. 기상청 허진호 통보관은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불볕 더위가 이어질 것”이라며 “더위 직후에 전국적인 낙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장 7일 전북 전주의 낮 기온이 섭씨 37.6도를 기록하며 올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경남 밀양은 37.2도였다. 8일에는 대구와 전주가 37도, 서울은 35도까지 오른다는 예보다.

 기상청은 벼락 사태에 대비해 낙뢰 감전 사고 예방법을 익혀둘 것을 권유했다. 우선 천둥과 강한 번개가 보이기 시작하면 우산을 버려야 한다. 우산을 들고 있는 것은 피뢰침을 붙잡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 몸에 있는 금속 장신구를 떼어내야 안전하다. 피뢰침이 있는 건물이나 자동차 안으로 대피해야 한다. 낙뢰를 건물과 차체가 흡수해 주기 때문이다. 나무 아래로 가면 안전하다는 상식은 잘못 알려진 대피법으로 오히려 위험하다고 기상청은 강조했다.

 최근에는 벼락이 칠 때 실외에서 휴대전화를 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8일 충북 음성의 공사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통화를 하던 김모(64)씨가 낙뢰에 맞아 숨진 것이 계기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벼락이 칠 때 마네킹에 휴대전화를 붙여놓고 실험한 결과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 사이에 벼락을 맞을 확률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사용 여부는 낙뢰 사고와 직접 연관이 없다는 것이다.

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