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전대' 70% … 지하도상가 수술 나선 서울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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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산하 서울시설공단이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도상가의 민간 위탁법인인 (주)강남터미널 지하쇼핑몰과의 계약을 해지한다고 7일 밝혔다. 앞서 시설공단은 임대료 9%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위탁법인이 이를 거부하자 계약해지란 칼을 빼 들었다.

 강남터미널 지하도상가엔 현재 620여 개 점포가 입주해 있다. 이들 지하도상가의 임대료 납부 기한은 지난 4월 25일까지였다. 하지만 위탁법인은 시설공단의 제시안보다 낮은 임대료 5% 인상을 요구하며 104일간 납부를 거부해 왔다.

 서울메트로의 자산으로 분류되는 지하철상가와 달리 지하도상가는 서울시 공유재산으로 분류돼 그간 연 5% 미만 수준의 낮은 임대료 인상률을 보여왔다. 강남터미널 지하도상가의 임대료는 2011년 4.3% 인상됐고 지난해엔 개·보수 공사로 인해 임대료가 책정되지 않았다. 올해엔 서울시가 지가·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감정평가를 한 결과 임대료를 30% 인상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시설공단은 공유재산의 연간 임대료 인상률을 최대 9%로 제한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라 9% 인상안을 내놨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터미널 지하도상가에서 거둬들이는 연간 임대료는 약 100억원 수준”이라며 “9%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시의 세입으로 차액을 충당해야 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시설공단 관계자는 “강남터미널 지하도상가의 ㎡ 당 월 임대료는 지난해 기준 6만3000원으로 인근 지하철상가의 4분의1 수준”이라며 “상대적으로 상권이 열악한 강북권의 지하도상가에 비해서도 낮은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위탁법인 측은 “점포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로 9% 인상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일부 점포 상인들 사이에선 다른 사람에게 임대하는 ‘불법전대’도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30여 년간 장기 수의계약에 따라 점포가 일부 점포 상인들의 사유재산으로 인식돼온 결과다. 시세보다 훨씬 낮은 점포 임대료도 불법전대 행위에 불을 지폈다.

 시설공단은 강남터미널상가 전체 점포의 70%에 달하는 400여 개 점포가 불법전대 행위를 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시설공단 측이 제공한 ‘불법전대 거래 실태 자료’에 따르면 월 임대료가 178만원인 A점포주의 경우 권리금 1억3000만원, 보증금 6000만원, 임대료 300만원을 받고 다른 이에게 영업권을 넘겼다.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등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수차례 지적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위탁법인에 상가 운영을 맡겼다는 이유로 불법 전대 행위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계약해지를 계기로 불법 전대 행위가 의심되는 400여 개 점포에 대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키로 했다. 정도가 심한 경우 퇴거 조치할 방침이다. 시설관리공단 상가관리처 박정우 운영팀장은 “계약이 해지되면 서울시가 상가를 직영 임대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불법 전대(轉貸)=전대란 소유주와 임대계약을 한 임차인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임대계약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법 전대는 임차인이 소유주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타인과 임대계약을 하는 것을 말한다. 임대주택법(19조)은 ‘임차인이 마음대로 제3자에게 임대·매매를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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