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중공의 전략무기 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레어드」 미 국방장관은 20일 의회에 보낸 연례 국방보고서에서 ①소련이 현재의 「미사일」 개발속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1970년대 중반까지는 미국을 능가, 미국은 제2급 전략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②중공은 금년 안으로 한국·일본·대만·「필리핀」을 명중시킬 수 있는 핵탄두 「미사일」을 완성시킬는지 모른다 ③중공은 71년부터 ICBM의 실험을 시작, 70년대 후반에는 10∼25개의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여 미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된다 ④약 35만명의 병력과 「미그」21을 포함한 5백대 이상의 비행기를 갖춘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북괴는 무슨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인데, 그 배후에는 방대한 군사력을 가진 중공이 있다는 것 등을 경고했다. 이 「레어드」보고서는 이보다 2일 앞서 발표한 「닉슨」대통령의 「세계정책교서」를 단기 1년으로 압축,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부연·설명하면서 미 국방정책의 진로를 제시한 것이다. 이 보고는 미국이 미국 및 그 동맹국을 가상적국으로 하는 소련·중공 및 기타 공산국가의 군사력의 발전추이를 어떻게 평가하고 여하히 대처코자 하는가를 천명한 것이므로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가 된다.
「레어드」 보고는 소련이나 중공의 전략무기의 개발 및 보유속도를 에누리없이 평가하고 미국이 이에 대응하는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처음에는 「아시아」의 동맹국들이 다음에는 미국자체가 그 안전에 위협을 받게 되리라는 것을 솔직히 지적했다. 일부 미국의원들은 이런 보고내용이 「닉슨정권」 의 ABM (요격 「미사일」) 망 설치 계획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적 측 역량의 과대평가처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방대하고 치밀한 정보망, 그리고 전문적인 분석·평가능력을 갖고있는 미 국방성의 보고가 정책목적에 좌우되어 사실을 어기면서 작성된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른바 「닉슨·득트린」이 세계 경찰로서의 미국의 역할감소, 「아시아」로 부터의 군사력에 의한 세력권 정책후퇴를 강력히 시사하면서부터 미국여론 가운데는 희망과 환상을 혼동하여 마치 세계평화가 성숙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는 것이 적지 않다. 미-소간에 전략무기의 생산 및 보유에 관한 의견이 접근하고있다는 사실이나, 또는 동-서구 간의 평화공존의 기운 성숙 등이 「유럽」의 평화전망을 밝게 하고 있음은 부인 못한다.
그러나 「아시아」의 정세에 관한 한, 국제적인 통제밖에 있는 중공이 전략무기의 개발·생산에 총력을 집중 투입하고 있는데다가 미 군사력의 후퇴로 말미암아 국제적으로 힘의 불균형만 생겨나면 무력침략을 자행하려는 북괴가 호기도래를 노리고 있음을 고려할 때 평화에 대한 전망은 조금도 낙관적이 아닌 것이다.
여기 미국의 대아정책이 신중을 다하고, 「아시아」의 주체적 방위 역량이 증강될 때까지 군사력 후퇴를 억제치 않으면 안될 기본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국의 금년도 국방예산은 양에 있어서 작년보다 약간 늘어났다. 하지만, 전체 예산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4%에서 37%로 감소되었다. 국방비를 축소하라는 무책임한 여론의 압력을 배제하면서 전략무기에 있어서 소·중공에 대한 우위를 유지하는 한편, 취약지대에 대한 효과적 원조를 지속하는 것이 아마도 미국과 동맹국의 전반적인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일 것이다.
「레어드」보고는 「북괴가 무슨 짓을 할는지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 하였는데 1·21 사태 후 연이은 침략적 도발행위, 그리고 최근 KAL 기 납북사건과 피랍자에 대한 비인도적인 만행 등은 북괴의 침략의사가 확고부동함을 입증하고도 남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의 안전을 수호키 위해 강력한 지원을 계속해 줄 것은 물론 범죄집단의 수중에서 희생자를 구출키 위해 온갖 협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으로 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