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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더 좋은 생명의 길 찾아…사랑의 빚지고 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은숙·김영의·김옥길 3인에게 하기와 같이 집행해 주기를 부탁함.
동산 소유물 중에 무엇이나 고물 가치가 있는 것과 또 도서 일체는 학교로 돌릴 것. 준 고물 가치가 있는 것도 포함. 새집과 금란 동산의 집과 안양 집에 있는 가구 중에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학교에서 쓸 것. 기명과 조그마한 물건들은 전부 집행위원이 적당하게 친구들과 집안식구들에 적성을 따라 나누어 줄 것. 부동산 소유는 안양에 있는 집뿐인데 학교 재단에 기증하여 마음대로 사용하되 학교 교직원이나 졸업생들이「플레이·하우스」같이 사용해 주기를 희망함.
현금 중에서 ①일부는 대학원 10년 발전 계획 내에 포함된 장학기금으로 해줄 일. ②일부는 정동교회에 건축기금으로 기증하되 아버지 김진연·어머니 박또라 두 분에 기념으로 헌금 할 일. ③일부는 다락방 전도협회에 기금으로 헌금 할 일. ④일부는 여성단체 협의회 회관 건축 기금으로 헌금 할 일.
나는 인간의 생명이란 영원 불멸하는 것을 믿고 날마다 하나님께서 힘주시는 대로 더 좋은 생명의 길을 찾기 위해 살았다. 육체와 환경에 얽매인 것을 극복하면서 내 나름대로의 승리의 길을 걸어오느라 힘썼다. 절대로 이 흙에 속한 육체의 기능이 퇴폐하여 심장의 고동이 그친다고 해서 내가 죽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 때문에 육체가 없어졌다고 해서 나를 죽은 사람으로 취급하고 장례식을 해주는 것은 절대로 싫다 만일 친척이나 친구나 동지들이 원한다면 세상에서 체험할 수 있었던 더 풍성한 생명의 길로 또 더욱 화려한 승리의 길로 환송해 주는 환송예배를 장례식 대신 해 주기를 바란다. 거기에 적합하게 모든 승리와 영광과 생명의 노래로 엮은 웅장하고 신나는 음악회가 되기를 원한다.
나는 부모 형제·동서양의 수많은 스승·형제·친지·동지들에게 또 특히 우리 나라 동포나 또 빠짐 없이 여러분에게 또 사랑의 빚을 지고 간다. 내가 육체로 여러분과 같이 살아있을 동안에도 그 빚을 갚을 길이 없었고 또 갚을 수 없는 것인 줄 알고 있었다. 이제 하나님 아버지께서 더 큰 생명의 가능하고 더 큰사랑을 베풀 수 있는 장래를 허락하실 줄 알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계속 해서 여러분 한 분 한 분을 더 많이 사랑하겠다고 약속을 한다. 나를 무슨 이유로든지 바로 보지 못한 분들에게까지 나는 더 높은 정성과 더 깊은 사랑으로 쉬지 않고 여러분의 생의 성공을 위하여 빌기를 약속한다.
1970년 1월 27일
김활란
집쟁위원 서은숙 김영의 김옥길 3위에게 위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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