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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 생각해 먹은 칼슘, 당뇨·비만도 막아줍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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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칼슘 섭취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나라 성인 칼슘 섭취량은 권장량 대비 72.3%. 몇 년째 모든 영양소 섭취율 중 가장 낮다. 윤정한 한국영양학회장(한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은 “특히 20~30대 여성의 섭취량이 문제”라며 “칼슘 부족 증상이 나타나는 20년 뒤 50대 여성은 조금만 부딪혀도 뼈가 부서져 골다공증이 사회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한국영양학회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된 한국인의 칼슘 섭취의 문제점을 들여다봤다.

칼슘 섭취가 적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단연 골다공증이다. 윤 회장은 “칼슘은 우리 몸에 가장 많은 무기질로 골격의 주요 성분이다. 뼈 세포는 매일 생산돼 8년이면 완전히 새 뼈로 대체되는데 칼슘이 부족하면 뼈가 엉성하게 형성된다”고 말했다.

칼슘 멀리하면 감정 조절도 어려워져

당뇨병·심혈관질환·비만 등 만성질환과도 연관이 있다. 췌장 세포로 칼슘 이온이 들어가야 인슐린이 분비되기 때문. 당뇨병을 치료할 때 칼슘 섭취를 늘리면 인슐린 분비도 잘 되고 혈당을 내리는 효과가 있다. 혈관을 튼튼히 만드는 데도 칼슘이 관여한다. 강동경희대병원 이정주 영양팀장은 “칼슘 섭취량이 적으면 몸은 뼛속 칼슘을 꺼내 혈관으로 옮기는데, 이것이 동맥경화와 고혈압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비만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 팀장은 “칼슘 섭취량이 적으면 뇌에서 음식을 덜 먹었다고 생각해 음식을 더 먹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비만 치료 시 칼슘 1000㎎을 함께 처방하기도 한다.

감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 팀장은 “칼슘이 부족하면 신경질적이고 예민해진다”고 말했다. 태아 때 엄마가 칼슘 섭취가 부족하면 아이가 신경질적이 될 수 있고, 칼슘을 체외로 배설시키는 탄산음료나 과자를 자주 접하는 아이, 또는 고단백질 보양식을 자주 먹는 성인도 칼슘 배출로 인해 성격이 예민해지기 쉽다.

윤 회장은 “최근엔 대장암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고 말했다. 칼슘은 식이섬유와 함께 대장의 유해물질을 싸잡아 체외로 배설시킨다. 따라서 칼슘이 부족하면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미 미네소타대 암센터연구소 실험 결과 고칼슘(하루 800㎎ 이상 섭취) 식사를 한 그룹은 저칼슘(500㎎ 이하) 섭취군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낮았다.

칼슘 섭취는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까. 성인의 하루 칼슘 권장량은 700㎎(50대 이상은 800㎎). 대한골대사학회에서는 이보다 높은 1000㎎ 이상(50세 이상은 1200㎎)을 권장한다. 우유·요구르트·치즈·멸치, 또는 잎이 두꺼운 녹황색 채소(케일·깻잎 등)에 칼슘이 풍부하다. 하지만 흡수율은 다르다. 동물성 식품의 흡수율은 40~50%인 반면 채소류는 10% 이하로 낮다. 이 팀장은 “서양식에 비해 한국 식단에는 칼슘이 적다”며 “저지방 우유 1~3팩(200mL 1팩에 약 200㎎) 정도는 따로 먹어야 칼슘 섭취량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칼슘을 충분히 먹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반드시 비타민 D와 함께 섭취해야 한다. 윤 회장은 “비타민 D는 소장에서 칼슘을 흡수시켜 뼈에 축적하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비타민 D가 많이 든 식품은 말린 표고버섯, 말린 무 등이며 권장 섭취량은 하루 400IU. 햇빛을 통해 체내 합성되기도 하는데 윗몸을 드러낸 채 15분간 햇볕을 쪼여야 하루 권장량만큼 합성된다. 운동 또한 칼슘이 잘 축적되도록 돕는다.

탄산음료·과자·커피는 ‘칼슘 도둑’

칼슘 섭취는 약보다 식품이 낫다. 이 팀장은 “식품 칼슘이 흡수율도 높고 질병 예방 효과가 컸다. 하지만 식사로 부족하면 칼슘제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칼슘제도 탄산칼슘·구연산칼슘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온화칼슘이 가장 흡수율이 높다.

탄산음료·커피과자·햄버거·피자 등 인스턴트 식품은 칼슘 섭취를 방해한다. 인 성분이 많아 칼슘 배출을 유도한다. 수산이 많이 든 시금치·콩류는 칼슘 흡수를 방해하므로 함께 먹지 않는 게 좋다. 여름 보양식과 같은 고단백 식품도 칼슘과 상극이다. 이 팀장은 “칼슘이 많다는 사골국에는 인 성분도 다량 들어 있어 칼슘 보충용으로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체내 칼슘 여부는 피검사로 알 수 있다. 정기검진 또는 종합병원급에서 칼슘 검사를 신청하면 간단하게 알 수 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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