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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 때 목표 이뤄 너무 좋다, 이젠 11승”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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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3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리글리필드 구장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11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10승을 챙겼다. 이날 6-2로 승리한 LA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자리를 지켰다. [AP]

아홉수는 없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이 시카고의 거친 바람을 뚫고 시즌 10승 고지를 밟았다. 류현진은 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 원정 경기에서 5와 3분의 1이닝 동안 11피안타·6탈삼진·무사사구·2실점을 기록해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까지 21경기에서 10승 3패의 성적을 거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에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첫 한국인 선수로 기록됐다. 이전까지는 2003년 뉴욕 메츠에서 서재응(기아 타이거즈)이 기록한 9승이 최고였다.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10승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는 그는 경기 후 “일단 목표를 이뤄 좋고 이제 새로운 목표는 11승”이라고 밝혔다. 앞으로는 한 경기 한 경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이날 류현진은 시즌 최다인 11개의 피안타를 허용했고, 직구 최고 구속이 시속 92마일(148㎞)에 그치는 등 구위가 뛰어나지는 않았다. 경기 후 평균자책점은 3.15(종전 3.14)로 소폭 상승했다. 퀄리티 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 자책점 이하)에도 실패했다. ‘결과’에 비해 ‘과정’이 좋지 못했다.

“팀 상승세 믿고 노련하게 경기 풀어”
경기 초반부터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다.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1회를 시작한 류현진은 선두타자 데이비드 데헤수스(34)에게 좌전 안타, 후속 타자 주니어 레이크(23)에게 2루수 옆을 스치는 우전 안타를 내줘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컵스 간판 타자 앤서니 리조(24)를 유격수 병살타(시즌 19호)로 처리해 한숨을 돌렸고, 4번 타자 웰링턴 카스티요(26)마저 유격수 땅볼로 막아내 이닝을 끝냈다. 자칫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뻔한 위기를 병살타 유도로 막아낸 게 인상적이었다. 구장 근처에 위치한 미시간호에서 불어오는 바람 탓에 평범한 뜬공이 펜스를 넘어가는 리글리필드에서 효과적인 땅볼 유도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애덤 웨인라이트(32·세인트루이스·23개)에 이어 내셔널리그 병살타 부문 2위에 올랐다.

 첫 실점은 2회 나왔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냈지만 콜 길레스피(29)와 다윈 바니(28)에게 연속 2루타를 허용해 동점을 허용했다. 타격이 강한 투수 트래비스 우드(26)를 3구 삼진으로 잡아내 2회를 마무리했지만 갑작스러운 집중타를 맞아 아쉬움이 남았다.

 3회를 무실점으로 넘긴 류현진은 5-1로 앞선 4회 선두타자 카스트로에게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빗맞은 2루타를 허용했고, 1사 후 길레스피에게 우중간 1타점 적시 2루타를 내줘 추가 실점했다. 한 경기 2루타 4개를 허용한 것은 시즌 처음이었다. 5회 2사 1, 3루 위기를 벗어나 6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선두타자 코디 랜섬(37)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후 길레스피와 바니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J P 하웰(30)에게 바통을 넘겼다. 다행히 하웰이 승계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평소와 비교했을 때 오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초반부터 팀 타선이 점수를 뽑아주니까 작정하고 구위로 타자를 누르기보다 노련하게 제구 위주의 로케이션으로 가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최근 상승세인 팀 분위기를 믿어 쉽게 가려 했던 것 같다”고 경기를 분석했다.

 류현진은 마운드에서의 아쉬움을 타석에서 만회했다. 4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드의 3구째 87마일(140㎞) 직구를 절묘하게 받아쳐 중전 안타를 기록했다. 이어 1사 후 닉 푼토(36)의 3루수 방면 내야 안타 때 2루 베이스를 밟았고, 후속 타자 에이드리언 곤잘러스(31)의 중전안타 때 거침없이 홈으로 쇄도해 득점했다. 2타수 1안타·1득점. 당초 3루에서 멈춰 섰지만 컵스 중견수 데헤수스가 공을 더듬자 과감하게 빈틈을 공략했다.

 3-1로 앞선 상황에서 4회 공격을 시작한 다저스는 류현진의 안타를 포함해 3안타·1사사구를 묶어 2득점해 점수 차를 벌렸다. 류현진의 안타 이후 후속 타자 마크 엘리스(36)가 삼진 판정에 불만을 표출하다가 퇴장당했고, 뒤이어 그라운드로 뛰쳐나온 돈 매팅리(53) 다저스 감독도 앨런 포터 구심으로부터 퇴장 조치돼 분위기가 뒤숭숭했지만 아이러니하게 다저스는 4회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타자’ 류현진이 있었다. 시즌 타격 성적은 타율 0.231(39타수 9안타)·4타점·3득점이다.

아시아 출신 투수 강세 이어가
류현진은 이날 승리로 역대 빅리그 무대에 오른 한국인 투수(11명) 중 데뷔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한 첫 선수가 됐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당시 LA 다저스)는 1994년 데뷔했지만 그해 불펜 투수로 두 경기에 나와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시즌 10승은 이로부터 4년이 흐른 97년(14승 8패) 기록됐다.

 99년 애리조나에서 불펜 투수로 데뷔한 김병현의 시즌 10승은 2007년 달성됐다. 당시 김병현은 불펜에서 선발로의 전환과 트레이드, 방출 등을 겪으며 콜로라도와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을 거쳤고, 10승 8패·평균자책점 6.08을 기록했다. 통산 28승을 거둔 서재응(당시 뉴욕 메츠)은 풀 타임 출전 멤버로 데뷔한 2003년 9승 12패·평균자책점 3.82를 올렸다.

 결국 류현진 이전에 빅리그 등판 기록이 있는 10명의 투수 중 데뷔 시즌에 10승을 기록한 투수는 전무했다. 이날 승리가 값진 또 다른 이유다. 송재우 위원은 “이날 승리의 가장 큰 의미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잔여 시즌이 꽤 남아 있는 상황에서 두 자릿수 승을 거뒀다는 것”이라며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 출신 투수가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 아시아 투수로는 이와쿠마 히사시(32·시애틀), 구로다 히로키(38·뉴욕 양키스), 다루빗슈 유(27·텍사스)에 이어 네 번째로 시즌 두 자릿수 승리를 돌파하게 됐다.

 일본 출신 선발 3인방의 선봉 격인 다루빗슈는 지난 2일 애리조나전에서 7이닝 5피안타·무실점 쾌투로 시즌 10승(5패) 고지를 밟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6일에는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고 있는 이와쿠마가 미네소타전에서 6이닝 4피안타·무실점 하며 승리투수가 돼 10승(4패)을 기록했다. 빅리그 6년 차이자 일본인 투수 중 나이가 가장 많은 구로다도 지난 1일 LA 다저스전에서 승리투수가 돼 시즌 10승(6패)을 채웠다. 여기에 류현진까지 10승을 올려 현재 시즌 6승(3패)를 올리고 있는 대만 출신 천웨인(28·볼티모어)이 4승을 추가하면 한국·일본·대만 출신 메이저리거가 시즌 10승 고지를 함께 밟는 진기록을 남기게 된다.

배중현 기자 bjh102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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