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외제약 링거, 10억 달러어치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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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국내 제약사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수액제(링거)를 미국과 유럽에 수출한다. 앞서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수액제를 수출한 적은 있지만 의료 선진국에 수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출 규모도 국내 제약사상 최대인 10억 달러대로 추정된다.

 JW중외그룹은 3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제약회사인 박스터와 독점 라이선스 및 수출 계약을 맺고 ‘3챔버(chamber·방) 영양수액제’를 전 세계에 수출한다”고 밝혔다.

 3챔버 영양수액제는 지질(지방)·포도당·아미노산 등 3개 성분을 혼합해 사용할 수 있는 지질 영양수액으로, 오메가3와 오메가6가 함유돼 있다. 특히 3개의 방으로 나뉜 수액제에 힘을 가하면 방이 터지면서 간편하게 수액을 섞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박스터는 미국·유럽 등에 대한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JW중외그룹에 2500만 달러(약 280억원)의 계약금과 1000만 달러의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를 지급하고, 매출에 따라 러닝 로열티를 추가로 제공한다. 박스터는 지난해 15조원의 매출을 올린 수액제 분야의 세계 최대 기업이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제품 공급 계약도 맺었다. 3챔버 영양수액제의 경우 미국·유럽 등 전 세계 국가에서 제품 허가 등록을 마치고 난 이후인 2018년부터 10년간 JW중외그룹은 박스터에 이들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다. 전 세계 영양수액제 시장은 고령화로 2011년 29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48억 달러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 윤범진 전무는 “박스터와의 계약조건에 따라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2010년 녹십자가 미국 제약사와 맺었던 4억80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주용 부국증권 연구원은 “향후 영양수액 시장의 성장률, 박스터의 점유율을 감안할 때 이번 계약규모는 10억 달러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경하 부회장은 “중외는 1945년 수액사업으로 시작된 회사인 데다 수액이 환자들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이라 수익이 안 난다고 (수액 생산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기초수액보다는 영양 수액, 국내보다는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해외로의 진출을 모색했다”며 “2006년 5월 충남 당진에 1800억원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수액 생산공장을 지으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의 바이오사업을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와 앞으로 10년간 항암 항체의약품의 생산을 대행(CMO)해 주는 계약을 했다고 31일 밝혔다. 삼성이 바이오사업에 진출한 이후 처음 맺는 수출계약이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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