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코리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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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선원 41명이 「사모아」에서 추방을 당했다. 혐의는 밀수·폭행·절도·밀항등이다. 월남서 강제추방 명령을 받은 기술자도 있다. 이들의 혐의는 특수절도.
마땅히 「추악한 한국인」이다. 모국을 떠나면 누구나 외교관이라는 말이 있다. 비록 관직은 없으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만은 좀처럼 버릴 수 없다.
어느 작가의 소설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한 한국인 아내는 「뉴요크」에서 부군이 경영하는 상점에서 「기모노」(일본옷)를 입는다면 상점은 더욱 번성할 만한 여건이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의 자존심이 허락지를 않았다.
이혼까지 하고 만다. 한 가정의 파탄까지 초래한 것이다.
이 경우를 두고, 애국심이 대단하다고 빈정댄다면 너무 감상적이다. 그것은 일종의 자기보호본능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처럼 모국애의 집념은 누구에게나 강하다.
한 선원의 수기속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모국의 항구를 떠나 수평선 저쪽으로 멀어지면 불현듯 향수 같은 것이 가슴을 채운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모국에 대한 마음은 애틋해진다. 그러나 귀로에 모국의 항구가 가까워질수록 다시 거기를 떠나고 싶어진다고-.
이 수기는 현실도피의 「무드」를 보여주긴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러니컬」한 여운이 있다. 비록 조국의 일그러진 몰골이 보기싫어 가까이에 있으면 어서 거기를 떠나고 싶지만 막상 떠나면 모국의 정에 이끌린다는 「페이도스」가 있다.
현재 외국에 머무르고있는 한국인은 무려 60만명을 헤아린다. 그중 대부분이 재일 교포이긴 하지만, 4만여명은 구미에 주로 흩어져 산다. 외국유학생중에서 우수한 성적과 성실한 인품으로 칭찬을 받고있는 한국청년들이 많은 것은 흐뭇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교들은 불우하고 어려운 형편속에 있다. 유학생들은 고학을 하느라고 온갖 역경을 스스로 해결하며 지낸다. 재일교포들의 현실은 더 말할 것 없다. 그럴수록 우리의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글리·코리언」들이다.
「사모아」엔 지금 74척의 한국어선들이 머물러있다. 이들이 행여 고기잡이보다도 밀수나 절도에 더 관심이 있다면 고소를 자아내는 일이다. 무려 41명이나 불명예 추방을 당한 것은 충격적이다.
「사모아」어장은 세계의 선원들이 법석대는 곳이다. 그럴수록 한국인의 인품과 긍지는 스스로 지켜야할 것이다. 선원의 고용주는 각별한 관심을 베풀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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