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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가치와 「모럴」의 확립|연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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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도덕적차원의 주체성>
오늘로써 막이 오른 1970년대는 한국과 세계가 매우 다사다난한 시대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2차대전 이후의 4반세기를 「패러볼릭」(포물선적)한 변화의시대라고 특징짓고 있지만, 앞으로의 한「데케이드」는 틀립없이 예각적 변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언되고도 있다. 현대사회의 특색이라할 수 있는 초기술사회의 전기로 말미암아 과학기술이나 산업뿐아니라, 널리 문화일선이 종전과 같은 점진적인 발전보다는 단층적·비약적인 발전을 오히려 원칙으로 삼게될 것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그러한 변화의 물결을 능동적으로 창출하고「리드」 해 나갈 수 있는 주체성 확립의 문제가 새삼「클로즈업」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여기서 언급한 주체성확립의 문제는 흔히 전체주의국가나 신생 개발도상국 국가지도자들이 내세우는 개인의 망실과 그 희생을 전제로한 『민족적 주체성』문제와는 구변별어야 할 것이다.
한 국가 또는 한민족으로서의 주체성확립 문제가 매우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것은 온갖 창조적인 인문활동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뚜렷한 자아의식을 가진 국민이 모여 유기적인 하나의 집단식지를 표시하게 됐을 때에야만 비로소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국민적주체성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한편으로 오늘날의 과학문명을 배태케한 근대적 자아의식이 흩어진 개인들에게서 도리어 인간성을 삐앗고 이 때문에 도리어 인간불신·정신부재·도덕부재현상을 일반화시켰던 사실을 우리는 또한 외면해서는 안된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기계문명의「템포」가 가속화할수록 인간에 의한인간 회의 심화되고있는 것을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풍요에의 기대를 구가하고있는 오늘의 한국사회 안에서 도리어 사회내면의 도덕적 퇴폐가 풍조화 되고있는 모순을 보면서 우리는 새삼 주체성 확립 문제에 있어서의 도덕적차원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안보태세와 비미국화>
눈을 밖으로 돌릴 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정세에도 급격한 변화의 물결이 굽이치고 있음을 본다.
「아시아」에서는 미국의 이른바 「뉴·에이션·독트린」의 직접적인 파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태세에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쪽엔 70년대를 소위 「결정적인 시기」로 못박아, 전쟁도발을 호언하고 있는 북괴가 있고,또 한쪽엔 여전히 호전적인 중공의 존재가 엄연한데도 불구하고, 이제 미국은『모든 분쟁해결의 비미국화정책』의 이름아래, 이지역에서의 후퇴를 서두르고 있으며, 이러한 힘의 진공상태에 편승하여 한편에선 일본이 주축이된 새로운「아시아」안보태세 정립을 위한 움직임과, 다른 한편에선 소련의「아시아」등장이 이미 구체화 해가고 있다.
「유럽」에서의 동서화해「무드」또한 우리로선 범상히 넘겨볼 수 없는 변화의 물결가운데 하나이다. 동서관계에 있어서의 이와같은 급격한 화해「무드」는 그 자체를 놓고 볼때 평화에의 일보전진일 수도 있으나, 그것은 도리어 공산진영안에 고립된 거대국 중공을 자극시켜 「아시아」에서의 평화를 깨뜨리게 할 요인일 수도 있는 것이다.
국제정치 상황의 이와같은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한국이 자신의 위치를 확립시키고, 가중하는 북괴의 도발위협에 대처할 수있는 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국가의 기존 가치질서와 변형을 위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안보개념의 진의라 한다면 우리는 한편으로 북괴의 어떤 도발에도 대처할 수 있는 군사상의 우위뿐만 아니라 변동하는 국제정치의 물결을 능동적으로 제어하고 국민의 자유와 번형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장해주는 정치의 유신 등 그야말로 주체적인 국가안보태세의 확립을 서둘러야 할것이다.

<경제의 질적발전>
지난 60년대에 우리의 경제성장은 세계의 모든 후발신생국가 중에서도 손꼽힐만큼 눈부신바가 있었다. 불과 10년사이에 1인당 국민소득이 2배이상으로 뛰어올랐으며 국내 식자층 뿐만 아니라, 외국권위 기관에서 부터도 지나친 성장율을 낮추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올정도였다. 따라서 70년대의 한국경제는 이러한 이상성장이 가져다준 그늘을 하나하나 순리적으로 극복하여 경제체질을 질적으로 심화시켜야 할 과제앞에 직면해있다. 과잉된 정치의욕과 재정주도형 경제개발 정책의 강행으로 방만하게 도입된 외자기업체들의 상당수는 이미 당국 스스로에 의하여 부실기업의 낙인이 찍혀, 정리대상이 되고 있거니와 이미 22억불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외부채의 원리금상환 압력은 그렇지않아도 취약한 한국경제의 체질을 더욱 약화시킬 위험마저 노출시키고 있다. 안정기조회복을 제일의적인 과제로 삼고, 그위에 개발전략 전반에 걸친 근본적인 방향의 재정립이 서둘러져야 할것이다.

<문화인의 주체성>
1970년대의 한국문화는 이미 체질화 해가고 있는 풍요속의 퇴폐풍조를 용감하게 타파하고, 새로운 인간가치와「모럴」의 확립에 앞장서는 역사적 사명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도도한 물질지상주의의 세태는 인간의 가치를 매몰시켜, 배금주의와 인명경시의 풍조를 한국국민 속에 체질화한 감이 있는데, 이런 풍토하에서는 문화란 존재할 자리조차 없음을 알아야할 것이다. 이제 70년대의 문턱에서 새로운 가치정립과 인간정신의 복귀를 외치면서 스스로 전투적인 의지를 가다듬어야 할 문화인들의 결의야말로 한국사회를 진경한 평화와 번형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여기에 다시 70년대 변화의 물결을 능동적으로 「리드」 해야할 문화인들의 주체성확립을 주장하는 소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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