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주월미군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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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6일 「닉슨」 미대통령은 명년4월15일까지 주월미군 5만명을 추가로 철수시킨다고 발표했다. 주월미군의 단계적인 철수는 미국의 기정방침이 되어있는 것이므로 전기한 5만명의 추가철군발표가 있다고 해서 새삼 놀랄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날카롭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철거의 속도와 규모, 그리고 그 근거이다. 「닉슨」 대통령은 지난 6월에 2만5천, 9월에 3만5천, 그리고 이번에 또 5만명을 철수할 것을 발표했다. 철군발표는 3개월마다 규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규모는 증가하고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추세로 나간다면 l970년 또는 1971년까지 주월미군전투부대 전원을 철수할 것이라는 말은 전연 낭설이 아닐 것이다.
또 추가철군의 근거를 보면 지난 6월, 「닉슨」 대통령은 2만5천명의 제1차 철군을 발표할 때 세 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즉 ①「파리」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때 ②전투가 축소될 때 ③월남군이 강화될 때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파리」 확대회담이 개막된지 1년이 가까왔지만 회담 「테이블」 문제에 합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진전도 없었다. 또한 전투의 규교와 월맹군의 남하는 1년 전보다는 저수준에 있다 하더라도, 지난 2, 3개월이래 유례없이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가철군을 계속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미국의 대월정책이 전환하고 있음을 모르는바 아니다. 전쟁수행의 제1차적 책임을 종래 미국이 져왔던 것에서부터 월남으로 이행하는 이른바 월남전쟁의 『월남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자유를 위협받고 있는 당사국이 제1차적으로 전쟁수행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에 따라 월남군을 강화하고 미군을 월남군으로 대체시키며 철수한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군의 철군계획이 비록 단계적이며, 월남군의 강화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해도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며 그 규모가 너무 크고 거의 일방적으로 철수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1, 2년 내 주월미군의 전투부대를 전원 철수한다고 할 때 예상되는 사태라는 것은 추측하기에 어려운 것이 아니다.
1, 2년 내에 월남군이 전쟁을 수행할 능력을 가지게 될지도 의문이지만 공산측은 미국의 철군에 자극되어 미군의 후퇴를 불가피시하여, 자기들의 최후승리의 광신을 더하게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전쟁을 장기화하고 더 많은 생명을 희생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전쟁해결을 위해서나 평화를 위해서도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며, 더욱 더 전쟁을 치열하게 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우리는 주월미군철군계획의 심층에 흐르고 있는 동기 속에 미국 안의 일부 여론과 반전 「데모」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만약에 미행정부가 이 동기만을 따른다면 월남만이 아니라, 미국과의 동맹국 내지 우호국을 실망케 하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침략자의 무모한 불장난을 의심할 바 없이 조장하게 될 것이다. 이는 미국의 국가이익에도 상반되는 것이며 미국민 다대수는 절대로 이것을 바라는 것이 아닐 것이다.
현재 월남전쟁은 전황에 있어 유리하며, 공산군의 사기는 극도로 저하되고 월맹국토는 폐허화하고 있다. 이길 수 있는 순간, 이길 수 있는 태세에서 후퇴한다는 것은 유감천만한 일이다. 지난날 한국전쟁 때 미군이 4개 사단만 더 투입됐더라면 남북통일이 될 수 있었다는 군사전문가들의 말이 있지만, 우리는 미국이 월남에서 거둔 작전에 이기고 국내정치정세 때문에 후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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