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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인연 … 세종, 전두환 방패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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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세봉 변호사(左), 신영무 변호사(右)

지난 23일 오후 1시. 칩거 중인 전두환(82)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사저에 율사(律士) 2명이 찾아왔다. 법무법인 세종 소속 신영무(69)·전세봉(71) 고문 변호사였다. 검찰이 이순자(74) 여사의 30억원짜리 개인 연금보험을 압류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신 변호사는 두 시간여 만에 사저를 나오며 “평소 잘 아는 분이라 위로 말씀도 드리고 또 조언하실 말씀이 있나 해서 들렀다”고 말했다. 이들의 사저 방문은 전 전 대통령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전 대통령 측이 이 여사의 개인 보험에 대해 검찰에 압류 해제를 요청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형 로펌인 세종이 전 전 대통령 측 ‘방패’로 나설지 주목받고 있다.

 전 전 대통령과 세종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 전 대통령은 2003년 법정에 나가 “재산이 29만원밖에 없다”고 밝혀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이때 개인 변호사 대신 적당한 로펌을 물색했고 전 전 대통령의 종친인 전세봉 고문 변호사가 있는 세종을 찾았다. 군법무관 1회 출신인 전 고문은 5공화국 해군본부 법무감(1986년)-청와대 사정비서관(87년)-민정비서관(88년)을 역임하며 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97년부터 세종에서 일했다.

 그 인연으로 세종은 2004년 전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49)씨가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 기소됐을 때 1~3심 재판의 변론을 도맡았다. 재용씨가 2006년 “상속받은 167억원에 대해 부과한 증여세 77억원을 취소해달라”며 서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도 방패로 나섰다.

 신영무 고문 변호사는 80년 세종 대표를 맡았다. ‘1세대 로펌 변호사’ 중 한 명이다. 현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직전에 대한변협 회장을 지냈다. 법조계 선후배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 법조계에선 검찰의 추징금 환수 작업이 부동산·조세 분야와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금융 소송에 강점을 가진 데다 전 전 대통령 측과 인연이 있는 세종이 법률 대응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종 측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다”고 밝혔다.

 이 여사로부터 연금보험 압류 해제 요청서를 받아 지난 24일 검찰에 제출한 정주교(55) 변호사와 채동욱(54) 검찰총장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95년 12·12 내란죄 등으로 전 전 대통령을 기소했던 검사가 채 총장이다. 당시 정 변호사는 전 전 대통령 변호인이었다. 정 변호사는 “당시 법정에서 마주 보고 앉아 치열하게 다퉜다”고 기억했다. 최근 ‘전두환 추징법’이 발효되자마자 사실상 추징금 환수 전쟁을 선포한 이가 채 총장이다.

 ◆검찰, 수사로 전환=서울중앙지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은 전 전 대통령 장남 재국(54)씨가 운영 중인 시공사, 재용씨와 이창석씨가 공동 운영하는 비엘에셋·삼원유통 등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조세포탈 및 배임 등 일부 혐의가 확인됨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중 환수팀을 수사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해외 비자금 도피 여부도 확인 중이다.

 재국씨는 2004년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면서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170만 달러를 예치했다. 재국씨는 이후 이 돈을 수차례에 걸쳐 홍콩의 갤러리와 미술품 판매업체 등에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이 비자금에서 유래한 것임을 확인하더라도 추징금 환수까지는 절차가 남아 있다. 현재 보유 중인 부동산의 상당수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납 국세를 제외하곤 근저당의 민사채권 순위가 앞선다. 예금을 발견하더라도 질권이 설정돼 있다면 환수가 어려울 수 있다.

이동현·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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